[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4월 : 타율 0.096 출루율 0.254 장타율 0.173 1홈런 5타점 4득점
5월 : 타율 0.373 출루율 0.415 장타율 0.712 4홈런 11타점 7득점

이같은 극적인 변화를 위해 필요했던건 고작 3일이었다. 현지시각 4월 27일 경기 종료 후 28,29.30일 3일간 강제 휴식을 가졌던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는 그 의문의 3일을 보내고 완벽하게 다른 타자로 거듭났다. 대체 그 사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메이저리그 최악이었던 4월의 추신수

일단 추신수의 4월은 메이저리그 11년 경력 중에서도 최악이었다. 4월26일을 기준으로 타율이 9푼6리에 지나지 않았고 이는 9푼3리였던 크리스 이아네타(LA 에인절스) 덕분에 메이저리그 전체 꼴찌는 면할 정도였다.

추신수는 소위 '잘 맞은 타구'로 분류되는 라인드라이브(직선타) 비율을 보면 올 시즌 12.5%로 자신의 통산 성적인 21.5%보다 무려 9%나 낮았다. 땅볼도 46.9%의 통산 성적보다 10%가까이 높은 56.3%를 기록하고 있다. 즉, 잘 맞은 타구는 적게 나오고, 안타가 될 확률이 낮은 땅볼 타구가 많아진 것이다. 타구의 질이 매우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쳐내는 비율도 통산 84.6%에서 역대 최저인 75.9%로 줄었다. 2013시즌(내셔널리그 출루율 2위 시절), '패스트볼 킬러'의 모습이었던 타격 스타일도 정반대로 변해 패스트볼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100구당 구종가치 패스트볼 2013시즌 2.82, 올 시즌 -4.04).

타구질이 나빴고, 빠른 공에 대한 강점을 완전히 잃었다. 오죽하면 4월까지 총 144번의 패스트볼을 상대로 25타수 무안타, 단 하나도 안타로 때려내지 못했다. 얼핏봐도 타격폼이 무너진 것이 확연했고 팔꿈치는 몸과 제대로 붙어 나오지 못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받은 팔꿈치와 발목 수술의 여파가 걱정될 정도였다.

사흘간의 휴식, 타격폼 수정과 마음가짐의 변화

현지시각 4월27일 경기가 끝난 뒤 28,29.30일 사흘간 강제 휴식을 가진 추신수는 일단 타격폼 수정에 들어갔다. 데이브 매가단 타격코치와 타격폼을 점검하면서 "공을 기다렸다가 치지 않고 공을 따라 몸이 먼저 움직이는 느낌"이라면서 "타격의 중심을 뒤쪽에 두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이 덕분에 전성기 시절의 타격폼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오며 기술적인 해결을 꾀할 수 있었다.

마음가짐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아버지의 신용불량자 보도 후 큰 충격을 받은 추신수는 포털사이트에 연재하는 칼럼을 통해 이 기간 동안 '기다림'과 '자신에 대한 믿음'을 한층 더 공고히 했다고 밝혔다.

"기다리고 있으면 파란불이 켜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저도 그랬습니다. 아무리 급하고, 욕을 먹고, 손가락질을 해도 언젠가 신호등은 켜질 것이고, 파란불이 켜질 때 안전하게 그 길을 건널 수 있다는 생각에 슬럼프에 빠졌으면서도 제 루틴을 버리지 않았습니다."(칼럼 중 일부)

5월 타율만 0.373… 장타 1위, 패스트볼 상대 타율의 극적인 변화

15일까지 추신수의 5월 타율은 무려 3할7푼3리. 12개의 장타(2루타8, 홈런4)는 메이저리그 5월 장타 순위 1위이며 50타석 이상 들어선 아메리칸리그 타자 중 장타율 2위(0.712, 1위 에릭 호스터 0.722)에 해당한다.

14경기 연속 안타행진은 현재 빅리그에서 진행 중인 연속 안타 기록 중 최장이며 5경기 연속 멀티히트는 가히 '괴물' 수준이다.

수정된 타격폼은 총 144번의 패스트볼을 보며 단 하나도 안타로 연결시키지 못했던 지난 4월과는 정반대로 패스트볼에 대한 킬러로 거듭나게 했다. 13일까지 111번의 패스트볼을 상대로 무려 4할3푼5리의 타율을 기록한 가운데 2루타 5개, 홈런 3개를 패스트볼을 상대로 만들어내며 장타율이 10할을 넘어섰다(1.044). 그는 15일 경기 후 "지난달과 비교해 직구를 많이 놓치지 않고 공략한 것이 급반등한 비결"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추신수의 4월 패스트볼 상대 성적과 5월 성적
4월 : 118구 상대 무안타
5월 : 111구 상대 타율 0.435 장타율 1.044 3홈런 2루타 5개

패스트볼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며 홀가분해진 추신수의 타구질 역시 확연히 달라졌다. 4월26일까지 만해도 12.5%였던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딱 2배이상 올랐고(25%), 56.3%였던 땅볼 비율도 41.7%로 확 줄었다. 안타와 장타가 많이 나오는 라인드라이브 비율은 늘고 아웃될 확률이 높은 땅볼비율은 줄어든 기적같은 타구질의 변화도 동반된 것이다.

이 모든 기적은 4월말 가졌던 3일간의 휴식에서부터 비롯됐다. 어쩌면 그 사흘은 추신수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달콤하고 가치있는 사흘이었들 것이다.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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