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잘하고 있다. 아니, 날아다니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맹활약이다. 그렇다면 왜 잘하고 있을까. '잘 치고 잘 막아서'라는 단순한 논리보다 좀 더 심화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심화된 분석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통계자료이며 그 통계자료는 표본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한 지 한 달 반밖에 되지 않았고 규정타석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타격을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적은 표본으로나마 강정호가 대체 왜 잘하고 있고, 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 앞으로 제기될 문제점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레그킥, 수비 우려 떨쳐낸 강정호

강정호는 참 잘치고 있다. 14일(이하 한국시각)까지 성적(타율 0.309 출루율 0.361 장타율 0.491 2홈런 9타점 6득점 WAR 0.6)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잘 치고 있을까.

일단 피츠버그 입단 전부터 제기됐던 레그킥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씻어버렸다. 레그킥이 우려됐던 것은 '국내보다 더 빠른 구속을 가진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속을 따라가지 못할까봐'였다.

하지만 강정호는 95마일(약 153㎞) 이상의 투구에 대해 8할의 타율(5타수 4안타)을 기록 중이며 그 범위를 93마일(약 150㎞) 이상으로 넓혀도 4할3푼6리(16타수 7안타)의 타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빠른 공에 대해 공략을 잘 하다 보니 패스트볼 101개를 상대한 타율이 무려 5할2푼6리에 이른다. 또 장타율은 9할에 육박(0.895)하고 있다. '패스트볼 킬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 1위' 아롤디스 채프먼와 두차례 만나 2루타 1개, 볼넷 1개를 기록한 데서도 강정호의 빠른 공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비 역시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여태껏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던 이유로 더 빠르고 강한 타구질이 언급됐다. 강정호 역시 타구질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도리어 '핫 코너'로 불리는 3루수로서 큰 실책 없이 강한 어깨를 뽐내고 있다.

물론 뛰어난 수비는 아니며 아직 '내야 수비의 꽃' 유격수로서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큰 잡음이 없다는 것에 주목해야한다.

변화구 대처 능력도 수준급

패스트볼에 대한 우려를 도리어 강점으로 둔갑시킨 강정호는 대표적인 변화구인 슬라이더와 커브볼에 대해서도 놀라운 대처 능력을 보여줬다.

51개의 슬라이더에 맞서 타율을 4할에 근접하게 때려냈고(0.385), 특히 커브 11개를 상대로는 2타수 1안타(홈런)를 기록했다(5월4일 트레버 로젠탈 상대 9회 동점 솔로홈런). 이쯤 되면 강정호는 약점이 없고 걱정할 필요 없는 타자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런 그에게도 보완해야할 점은 있다.

밀어치는 타구 전무… 오프 스피드 피치에도 취약


14일까지 강정호의 올 시즌 타구 분포도. 베이스볼 서번트 자료

현재 강정호 타격 분포를 보면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밀어치는 타구가 없다. 그나마 좀 더 중앙에 치우친 우중간 타구가 3개 있었고 모두 2루타로 연결됐다.

하지만 강정호는 2루수에게 잡힌 3번의 타구, 1루수에게 잡힌 1번의 내야 타구를 제외하곤 우측면으로 보낸 타구가 단 하나도 없다. 즉 현재까지 극단적인 풀 히터(Pull Hitter 당겨치는 타자)의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

다행히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투구에 대해 4할이 넘는 타율(0.428 21타수 9안타)을 기록하고 있어 당장은 큰 약점으로 지적되지는 않지만 일정한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타격 루틴이 필요하다.


강정호의 올 시즌 스트라이크/볼 존에 따른 타격성적. 브룩스 베이스볼 자료

또 다른 우려는 일명 오프 스피드 피치(Off-Speed Pitch)인 체인지업과 변형 패스트볼(싱커, 커터 등)에 대해 취약하다는 점이다.

체인지업 23구를 상대로 4사구 2개에 1안타에 그쳤고 커터는 21구 동안 무안타, 싱커는 66구 동안 1안타(0.077)에 그쳤다. 뒤집어서 말하면 강정호는 오프 스피드 피츠와 변형 패스트볼에 대한 약점을 패스트볼과 변화구 공략으로 상쇄하고 있다.

물론 어떻게 해서든 안타를 때려내고 홈런을 때려내면 큰 상관이 없다. 하지만 강정호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신인이다. 파악이 덜됐다는 얘기다.

이제 조금씩 표본이 쌓이면서 강정호의 당겨치는 성향과 약한 구종은 상대 투수들에게 입력될 것이고 극단적인 경우 맞춤형 수비 시프트까지 등장할 수도 있다.

잘 나가는 강정호에게 조만간 새로운 시련이 올 가능성이 있다. 이 시련마저 이겨낸다면 정말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거듭난 한국에서 미국으로 직행한 첫 타자를 볼 수 있다.

자료 참고 : 베이스볼 서번트, 브룩스 베이스볼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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