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체 왜 조디 머서(29)라는 메이저리그 평균급 유격수가 있음에도 예산이 넉넉지 않은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500만달러의 나름 거액을 주면서까지 강정호(28)를 영입했을까.

바로 유격수라는 포지션에 '엘도라도'같은 '파워'를 지녔으며 드래프트픽이 소모되지 않는 국제 영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강정호는 그 '파워'가 메이저리그급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상대 불펜 에이스에게 뽑아낸 홈런으로 증명했다. 피츠버그가 자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준 것이다.

강정호는 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 경기에 7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강정호는 9회초 터진 동점 홈런을 포함해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의 활약을 펼쳤다. 강정호의 시즌 타율은 2할8푼1리로 조금 올랐다. 하지만 팀은 연장 14회에 레다메스 리즈가 끝내기 홈런을 허용해 스윕패 당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9회초 터진 동점 솔로 홈런이었다. 0-1로 뒤지며 사실상 영봉패로 끝나는 것으로 보였던 이날 경기를 강정호는 선두타자로 나서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 트래버 로젠탈을 상대했다. 강정호는 초구 시속 132km짜리 커브를 걷어 올린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메이저리그 15경기 34타석 만에 터진 마수걸이포로 상대 불펜 최고 투수에게 만들어낸 1-1 동점이었다.

지난해 12월 포스팅시스템으로 MLB진출을 선언한 강정호의 우선협상권을 따낸 팀이 피츠버그라는 사실이 알려질 때만해도 의아한 시선이 많았다. 그럴 만도 했던 것이 피츠버그는 내야진이 상당히 잘 구축된(2루수 닐 워커, 3루수 조시 해리슨, 유격수 조디 머서) 팀이었기 때문. 그러나 이내 피츠버그는 2루 닐 워커가 내년시즌이면 FA자격을 취득하며 유격수 조디 머서의 아쉬운 타격을 보충하기 위해 강정호를 영입한 것이 드러났다.

특히 머서는 지난해 149경기, 555타석에 나서 12홈런 장타율 3할8푼7리에 그치는 다소 아쉬운 타격성적을 가진 타자다. 평균적인 수비능력을 가졌음에도 아쉬운 타격을 기록하는 머서에 만족하지 못한 피츠버그는 국내에서 40홈런 이상을 때리며 통산 장타율이 5할을 넘는 강정호 카드는 충분히 탐날 만 했다.

수비를 중시하는 유격수 포지션이긴 하지만 '파워'라는 매력적인 능력은 이제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강자로서 꾸준히 군림하기 위한 피츠버그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드디어 강정호는 15경기 34타석 만에 홈런 신고식을 치르며 자신의 파워가 단순히 한국에서만 통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내심 피츠버그 프런트 측에서는 자신들의 결정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홈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이번 홈런으로 3할3푼3리였던 강정호의 장타율은 4할3푼8리로 1할가까이 상승했다. 장타율 2할2푼4리에 머무르고 있는 머서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강정호의 수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뛸 수 있는 정도의 수준임이 드러났다. 결국 장타력의 차이, 홈런 개수의 차이가 머서와 강정호의 유격수 경쟁의 핵심이며 오늘 같은 모습이 피츠버그가 그를 역사상 첫 포스팅까지 하면서 데려온 이유다.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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