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27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는 총 189명. 이 가운데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의 타율(0.104)과 장타율(0.188)은 전체 188위. 꼴찌만 간신히 면한 순위다. 2014시즌을 앞두고 체결한 계약(7년 1억 3,000만달러)이 당시만 해도 아시아 선수 역대 1위, 외야수 역대 6위였을 정도로 어마어마했고 한때 내셔널리그 출루율 2위, 아시아 선수 최초의 20-20클럽 가입 등의 업적을 이뤄냈던 추신수가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추신수, 진짜 부진한가?

일단 근원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추신수는 진짜로 부진한 걸까? 타율과 장타율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그의 성적에 대해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추신수는 불운할 것일까? 인플레이된 공이 안타로 연결된 비율을 뜻하는 BABIP(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가 자신의 타율보다 지나치게 낮으면 불운하다. 추신수는 올 시즌 BABIP가 1할2푼9리로 타율과 1푼5리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추신수의 통산 BABIP-타율인 6푼3리에 비하면 지나치게 낮은 BABIP이다. 이렇게 보면 분명 불운했다.

하지만 문제는 타구의 질이다. 소위 ‘잘 맞은 타구’로 분류되는 라인드라이브(직선타) 비율을 보면 올 시즌 12.5%로 자신의 통산 성적인 21.5%보다 무려 9%나 낮다. 땅볼 비율도 46.9%의 통산 성적보다 10%가까이 높은 56.3%를 기록하고 있다. 즉, 잘 맞은 타구는 적게 나오고, 안타가 될 확률이 낮은 땅볼 타구가 많아진 것이다. 타구의 질이 매우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쳐내는 비율도 통산 84.6%에서 역대 최저인 75.9%로 줄었다. 2013시즌(내셔널리그 출루율 2위 시절), ‘패스트볼 킬러’의 모습이었던 타격 스타일도 정반대로 변해 패스트볼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100구당 구종가치 패스트볼 2013시즌 2.82, 올 시즌 -4.04).

불운한 면도 있지만 추신수는 자신의 강점을 잃고 기본적인 타구의 질마저 하락하는 등 진짜 부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왜 부진할까

패스트볼 킬러였던 추신수가 현재 전혀 이 공에 대응하고 있지 못한 것은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기본적으로 패스트볼과 배트 스피드는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공이 빠를수록 더 빠른 배트 스피드가 필요하고 나이가 들거나 팔꿈치 등에 이상이 있을 경우 배트 스피드가 줄어 빠른 공 대처가 현저하게 떨어지기 마련.

추신수는 지난해 시즌을 중간에 마감하자마자 팔꿈치 부상을 안고 뛴 사실을 고백하고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또한 발목 수술도 함께 받으며 그동안 몸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을 재정비했다. 그러나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선수가 수술 후 아무리 재활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예전 같은 몸상태로 돌아오는 것은 쉽지 않다. 수술 후 성적하락은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또한 추신수는 최근 경기 중 등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 중간 빠지기도 했다. 아직 이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한채 출전을 강행하고 있다면 추신수의 부진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비에서 현저하게 떨어지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등 통증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부상이 있는 선수에게 휴식을 주는 것이 낫다’는 일반론적인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추신수와 같은 고액 연봉자가 명백한 부상(수술, 골절 등)이 아니면 억지로라도 팀을 위해 더 뛸 수밖에 없는 정치적인 현실도 존재한다.

야구 외적인 부분 역시 추신수에게 녹록지 않다. 최근 추신수의 아버지가 9억5,000만원에 달하는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다. 이에 7년간 1,400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한 추신수의 상황과 빗대어 여론은 악화됐고 이러한 여론에 대해 추신수 역시 흔들렸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걱정되는 노쇠화, 그러나 아직 고작 4월이다

이같은 부진에 현지에서는 ‘최근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 중 가장 부진한 선수’라는 비난 여론과 함께 어느덧 33세인 추신수의 나이를 언급하며 ‘노쇠화’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시즌 추신수가 부진했던 이유는 부상이었음이 명백했고, 올 시즌은 고작 4월도 지나지 않았다. 9월까지 진행되는 시즌의 고작 6분의1도 진행되지 않은 것. 게다가 추신수는 15경기밖에 뛰지 않았다. 시즌은 길고 그동안 충분히 반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지난 추신수의 경력은 말해준다.

매번 추신수에 대해 언급할 때 ‘먹튀’라는 말이 붙고 있다. 먹긴 먹었지만 튀진 않았다. 추신수는 튀기보다는 그 자리에서 자신을 증명할 선수다. 아마 그 스스로가 문제점과 부진의 이유를 더 잘 알 것이다.

사진= ⓒAFPBBNews = News1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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