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오토 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2타수 1안타(홈런) 1볼넷 1타점의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유격수로 출전해 병살플레이와 수비 시프트에 따른 수비까지도 완벽하게 해내며 유격수 수비에 대한 의구심조차 날려버렸다.
3회 솔로홈런과 5회 볼넷을 얻어내는 등 인상적인 타격 솜씨는 그간 그에게 제기됐던 레그킥 논란과 미국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파워에 대한 의구심을 날려버리는 의미 있는 모습이었다. 강정호는 미국 진출 전부터 그의 독특한 타격폼인 레그킥(왼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내딛는 타격폼)에 대해 현지에서 수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지배적이었고 한국에서 한시즌 40홈런에 통산 장타율이 5할을 넘겼다할지라도 더 낮은 수준, 작은 구장, 타고투저 현상 등으로 강정호의 파워를 믿지 못했다.
단순히 한 경기였을지라도 이날 모습은 강정호가 꾸준히 제기됐던 그의 타격에 대한 조그마한 해답을 줬다고 봐도 무방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밀어 넘긴 강정호의 홈런을 주목하라"며 “레그킥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강정호는 첫 시범경기에서 밀어 쳐 홈런을 날리며 이런 시각을 일축했다”고 말한 것도 이와 맥락을 함께한다.
타구질이 다르기에 유격수 수비가 힘들 것이라는 여론에 대해서도 무난한 유격수 수비를 통해 몸소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첫 경기임에도 정확한 의사소통을 통해 수비 시프트를 성공시키거나 병살플레이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한 것은 그간 아시아 유격수들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반영과도 같았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 역시 "유격수로서 지속적으로 안정적이었다"며 "2회 무사 1루에서 조시 도널드슨의 타구를 처리해 병살을 만드는 장면은 훌륭했다"며 굳이 언급한 것도 분명 인상을 남긴 부분이다.
물론 그는 메이저리그 162경기를 꾸준히 치러낼 체력적인 부분, 2루 혹은 3루 수비에 대한 능력 등 여러 부분에서 아직 증명해야할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그가 첫 경기에서 보여준 대활약과 미국 무대에 무리 없이 녹아드는 모습은 그 스스로 경기 후 “일단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다. 앞으로도 느낌이 굉장히 좋고,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이 허언이 아닐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