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프리드먼 사장, 고든, 하렌, 켐프.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냉철함만이 아닌 혹독함까지 느껴진다. LA다저스의 신임사장 앤드류 프리드먼이 보여준 행보와 루머들은 그를 차갑게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어쩌면 프리드먼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는지 모른다. 아마 다저스 팬들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제목처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고 외치고 싶을 것이다.

11, 12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가 보여준 행보는 충격 그 자체였다. 24시간도 되지 않아 팀의 유격수, 2루수, 백업 포수, 중견수, 선발투수, 불펜투수 등 팀의 중심축을 모조리 교체했다.

핸리 라미레즈가 FA로 풀려나간 유격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베테랑 유격수 지미 롤린스로 바꿨고 2루수는 디 고든을 마이애미 말린스에 보내고 삼각 트레이드로 LA 에인절스에 2루수 하위 켄드릭으로 교체했다.

또한 4선발 댄 하렌을 마이애미에 보내고 FA투수인 브랜든 맥카시를 영입하며 선발을 교체했고, 팀 프랜차이즈 스타 맷 켐프를 보내고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을 받으며 외야 정리와 동시에 포수진 강화를 택했다. 이 모든 것이 하루에 일어났고, 프리드먼의 천재적 능력과 동시에 그의 냉혹함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였다.

▶'38년 만에 얻은 도루왕' 인기 만점 디 고든의 깜짝 트레이드

디 고든은 가장 트레이드를 예상하기 힘든 선수였기에 충격을 줬다. 1976년 데이비 로페스 이후 38년 만에 다저스 선수가 도루왕에 오른 디 고든은 올해가 첫 풀타임 시즌이었기에 더욱 미래가 기대됐다. 나가면 도루를 기대케 하는 빠른 발은 팬들에게 인기 만점이었고 꾸준하진 않지만 화려한 수비, 투지 있는 플레이 등으로 깜짝 1번 타자의 탄생은 다저스 입장에서도 흐뭇한 일이었다.

하지만 수비와 출루율을 중요시하는 프리드먼 사장에게는 화려함에 비해 내실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를 받은 좋은 트레이드 매물이었을 뿐이다. 고든은 세부지표에서 아쉬운 수비수였고 그의 개선 가능성을 믿는 것보다 그를 통해 결과론적으로 얻은 하위 켄드릭이라는 2루수의 뛰어난 수비와 준수한 공격력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팬들이 좋아하는 인기선수가 아닌 지역 라이벌의 2루수를 데려온 그의 선택은 사실 냉혹함의 시작일 뿐이었다.

▶트레이드 땐 은퇴하겠다던 하렌, 그의 의사는 중요치 않았다

하렌은 트레이드 매물로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대놓고 "LA 지역 외의 팀으로 트레이드되면 은퇴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실제로 남부 캘리포니아 출신인 하렌은 LA에 살며 행복하다는 얘기를 수차례 해왔고 그의 말로 인해 하렌의 트레이드는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프리드먼 사장은 하렌이 은퇴를 하든 말든 그를 LA에서 가장 먼 지역 중 하나인 마이애미로 보내버렸다. 마이애미는 LA와 사실상 정반대에 위치한 도시로 이 트레이드가 하렌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이뤄지면서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물론 트레이드 거부권이 없는 하렌에게 트레이드를 거절할 권리는 없지만 이미 수차례 "트레이드되면 은퇴하겠다"고 `저항'했던 그를 트레이드 시킨 프리드먼은 팀 강화를 위해라면 선수생명이 아니라 그 이상도 고려치 않는다는 냉혹함을 보여줬다.

하렌은 이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심사숙고를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만약 그가 정말로 은퇴를 하면 프리드먼은 하렌의 선수생명을 끊은 장본인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하다.

▶'냉혹함의 끝' 팀의 아이콘, 프랜차이즈 스타 맷 켐프도 보내다

소문은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맷 켐프의 트레이드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래도 설마설마했다. 왜냐하면 그는 데뷔부터 다저스를 지킨 그야말로 '푸른피가 흐르는 선수'였기 때문.

한때 MVP투표 2위(1위였던 라이언 브론이 약물을 한 것으로 드러나 진정한 MVP는 켐프라고 여겨진다)까지 오르고 40-40에 근접했던(39홈런-40도루) 맹활약을 기억하는 팬들은 올 시즌 후반기 홈런왕(17홈런)과 타점 2위(54타점)에 오른 켐프에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다. 그는 지난해 다소 부진했지만 여전히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다저스 투타를 상징하는 최고 스타였다.

하지만 프리드먼은 그의 잔여 연봉(1억700만달러)에 부담을 느꼈고 3,000만달러의 연봉을 보전하면서까지 샌디에이고에 보냈다. 고든과 하렌의 트레이드는 이해하는 팬은 많았지만 끝내 켐프까지 보낸 프리드먼의 선택은 가장 이성적이기에 가장 비이성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움직이었다.

프리드먼의 천재적인, 혹은 무시무시한 행보에 이러다 커쇼까지 트레이드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그만큼 프리드먼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고 어떤 강이든 건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이 '머니볼'로 성공하면서 '빌리 빈 류 단장'인 테오 엡스타인, 존 대니얼스, 프리드먼 같은 단장이 많아졌다. 그들은 뛰어났지만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선택으로 팬과 선수의 기분을 고려치 않는 움직임으로 인상을 찌푸리게 한 바 있다.

하지만 팬들에게는 팀이 강해지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선수에 대한 '애정'이라는 요소가 있다. 여전히 '숫자'와 '효율성'보다 '애정'과 '클래식'함을 중요시하는 이들은 이미 강을 건너 버린 듯한 프리드먼 사장에게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며 돌아오지 않는 외침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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