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또 우승이다. 2년 연속 지구우승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는 이제 LA 다저스가 최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투자의 승리다. 다저스는 최근 3년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돈을 쏟아 부었고, 그에 걸맞는 결실을 맺었다. 오죽하면 매직 존슨 구단주가 공공연히 "월드시리즈 우승이 아니면 실패"라고 말할 정도로 어찌 보면 다저스의 우승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들의 슬로건처럼 `다저스가 새롭게 태어난(A Whole New Blue)' 것은 2012년 8월 말 단행된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부터였다. 이때 다저스는 보스턴에서 애드리안 곤살레스(1루수) 칼 크로포드(좌익수) 조시 베켓(우완) 닉 푼토(내야수) 4명을 데려오고 제임스 로니(1루수) 루비 데라로사(우완) 앨런 웹스터(우완) 이반 데헤수스(내야수) 제리 샌즈(좌익수-1루수) 5명을 내주는 초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다저스는 이 트레이드로 무려 2억6,250만달러(약 2,700억원)에 달하는 부담을 안게 됐지만 이 한방은 다저스가 새롭게 태어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12년 후반기 쿠바에서 야시엘 푸이그(7년 4,200만달러)를 영입한 것은 물론 2013시즌 시작 전, 천문학적인 액수의 중계권 계약이 성공하자 거액을 들여 FA 최대어 잭 그레인키(6년 1억4,700만달러)와 해외 선수 최대어 류현진(6년 3,600만달러+포스팅 2,574만달러)을 쓸어 담으며 그야말로 제대로 된 선수 수집에 나섰다.

이렇게 돈을 무지막지하게 쓰다 보니 자연스레 올 시즌 팀 페이롤은 2억3,000만달러(약 2,400억원)에 육박하며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쓴 팀이 됐다. 그리고 아낌없는 투자 결과, 지구 우승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

▶리그 최강 선발, 불안한 뒷문

다저스하면 우선 리그 최고의 선발진을 꼽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 2위의 선발 평균자책점(3.20)을 기록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기록만이 아닌 xFIP라는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을 피홈런에 대한 구장 팩터 등을 반영한 보정값으로 계산한 세이버매트릭스(야구 통계) 지표에서는 3.14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전체 2위의 평균자책점이 다저스타디움이 투수친화구장이라 이득을 본 것이 아니라는 것이 xFIP를 통해 증명된다.


다저스가 자랑하는 세 명의 선발 투수. 왼쪽부터 커쇼, 류현진, 그레인키

올시즌 다저스는 1985년 이후 29년 만에 13승 이상을 거둔 투수 4명(커쇼, 그레인키, 류현진, 댄 하렌)을 보유했다. 이가운데 커쇼는 이닝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표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내달리며 역사적인 시즌을 보냈다. 커쇼를 현존하는 최고의 투수라고 부르는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반면 불펜은 강팀답지 않게 말썽이었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내셔널리그 15개 팀 중 12위(3.77)에 그칠 정도로 좋지 못했다. 블론세이브는 13개에 그쳐 메이저리그 통틀어 최소 5위를 기록했지만 불펜은 16승 24패에 불과할 정도로 많은 승리를 날려버렸다. 특히 브라이언 윌슨은 59경기나 나와 평균자책점 4.72를 기록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불펜투수 평균자책점이 3.52와 비교하면 상당히 부진했고, 내셔널리그에서 40이닝 이상을 던진 불펜 투수 82명 중 75위에 해당하는 끔찍한 결과다. 8회 셋업맨의 부재는 다저스에게 언제나 큰 숙제로 남았다.

▶의외로 좋은 타선, 끔찍한 수비

투수진이 워낙 좋다보니 상대적으로 타선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뜯어보면 타선도 의외로 좋았다. 당연히 타선이 뒷받침해줬기 때문에 지구우승도 가능했다. 팀 득점과 가장 연관이 있는 기록으로 알려진 팀 출루율에서 3할3푼1리로 메이저리그 1위를 기록했다. 팀 타율도 2할6푼4리로 전체 3위, 공격 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 Wins Above Replacement)에서도 68.3을 기록, 전체 3위에 올라있다. 다저스 타선 역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인 셈이다.

비록 3할 이상의 타자가 후안 유리베 밖에 없고, 30홈런 타자 역시 올 시즌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최다 25홈런 아드리안 곤살레스), 돌아온 맷 켐프의 부활과 중요할 때 한방씩 해주는 타선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올 시즌 타점왕 등극이 유력한 아드리안 곤살레스

하지만 타선이 공격에 무게가 맞춰있다 보니 수비는 끔찍한 수준이다. 실책은 104개로 내셔널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세부 지표로 들어가면 송구능력(ARM), 수비범위(RngR), 실책(ErrR)을 합산해 집계하는 UZR(Ultimate Zone Rating)에서 내셔널리그 15개 팀중 13위에 머물렀고(-12.2), 수비 WAR역시 13위(-12.0)였다. 어찌 보면 이러한 수비진과 함께 했음에도 투수진의 성적이 좋았다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다저스는 2012년 후반기부터 그야말로 새롭게 태어났다. 완전히 달라진 팀으로 막대한 투자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2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지구우승은 고작 1차목표 달성밖에 되지 못한다. 다저스 수뇌진은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오길 원한다. 이제 다저스는 포스트시즌에서 자신들이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났음을 증명해야 한다.


*모든 기록은 25일까지. 팬그래프 닷컴 참고,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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