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솔직히 고백하면 필자는 클레이튼 커쇼(26·LA 다저스)가 MVP는커녕 사이영상도 수상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왜냐하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파업 시즌을 제외하고 가정 적은 이닝으로 사이영상을 따낸 선발투수는 1999년의 페드로 마르티네즈(당시 보스턴 레드삭스)였는데 당시 페드로는 그래도 213.1이닝을 던졌었기 때문.

그러나 커쇼는 약 한 달 전(8월12일 기준)만 해도 136.1이닝에 그치며 약 8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매 경기 8이닝 이상을 던져야만 그나마 200이닝을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매 경기 8이닝 이상을 던지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사이영상의 최소 기준인 200이닝도 채우지 못한 투수가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할지라도 사이영상이 힘들 것이라고 봤다. 또한 커쇼가 아니더라도 조니 쿠에토가 워낙 압도적인 모습을 선보이고 있었기에 유력한 경쟁자가 있는 커쇼는 MVP는커녕 사이영상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커쇼는 '매 경기 8이닝 이상을 던질 수 없다'는 상식을 완전히 무시했다. 커쇼는 8월 12일 이후 매 경기 8이닝 이상을 던졌고(심지어 8월17일 밀워키 브루워스전에서는 완봉을 하기도 했다) 1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라이벌전에서도 또 다시 8이닝을 던졌다. 사실상 두 경기를 남겨놓은 올 시즌에 이미 185.1이닝에 도달했다. 200이닝에 14.2이닝을 남겨뒀고 두 경기에서 경기당 7.1이닝 이상만 던지면 '마의 200이닝'을 돌파하게 된다.

최근 커쇼의 이닝 소화 페이스를 감안하면 일반적인 선수는 힘들지라도 커쇼라면 남은 두 경기에서 14.2이닝을 던지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커쇼의 압도적인 기록(185.1이닝 19승 3패 평균자책점 1.70 탈삼진 210)을 보면 설령 그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파업시즌 제외) 200이닝을 넘기지 못하고도 사이영상을 따내는 선발투수가 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그의 200이닝 돌파는 사이영상 수상 확정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비록 쿠에토가 40이닝 가량을 많이 던지고(222이닝 리그 1위), 더 많은 탈삼진(220개, 리그 2위)에 1점대에 가까운 평균자책점(2.15)를 기록 중이라 할지라도 커쇼의 엄청난 기록은 쿠에토를 그저 불운한 2인자로 만들뿐이다.


웬만하면 사이영상이 가능한 성적이지만 올 시즌 쿠에토는 커쇼라는 벽에 막혀 2인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AFPBBNews = News1

그렇다면 MVP는 가능할까? 분명 사이영상만큼 확신을 담아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일단 투수가 MVP와 사이영상을 동시 수상했던 이력은 사이영상이 생겨난 1956년 이후 딱 10명밖에 없다. 약 17%의 낮은 확률인 셈이다.

가장 최근에 MVP와 사이영상을 동시에 수상했던 2011년의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무려 24승과 251이닝, 평균자책점 2.40 탈삼진 250개로 해당 부문 리그 1위를 차지했다.

커쇼는 현재 다승과 평균자책점만 1위일 뿐이고, 이닝은 절대 1위 아니 5위권에도 들 수 없다. 탈삼진은 상황에 따라 1위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스테판 스트라스버그(스트라스버그 223, 커쇼 219)에 밀려 2위에 머물 가능성도 존재한다.

즉 벌랜더가 달성했던 '트리플 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을 커쇼가 달성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인 것. 일단 커쇼가 MVP를 받기 위해서는 탈삼진 1위 탈환과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1위 수성이 필요하다.

투수가 MVP를 타는 경우는 대개 리그내에 압도적인 타자가 없을 때다. 커쇼도 분명 이 덕을 보고 있다. 내셔널리그에 딱히 눈에 띄는 타자가 없는 것.

가장 유력한 후보는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 말린스)이었다. 근 20여 년간 가장 극심한 '투고타저'시즌을 보내고 있는 MLB에서 유일하게 40홈런 도전이 가능했던(현 37홈런) 그는 최근 투수가 던진 공에 얼굴을 맞아 쓰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올 시즌 막판 돌아올 것으로 보여 40홈런을 넘기며 마이애미 말린스를 포스트시즌에 이끌 수 있다면 끔직한 부상에서 벗어난 감동스토리는 물론 만년 꼴찌팀 마이애미를 포스트시즌에 올린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다. .


지난 12일 경기에서 공에 안면을 맞고 부상으로 실려나간 지안카를로 스탠튼. ⓒAFPBBNews = News1

마치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MVP를 두고 팀의 주장으로써 리더의 역할까지 한 앤드루 맥쿠친(피츠버그 파이어리츠)과 포스트 시즌 진출 없이 압도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던 폴 골드슈미츠(애리조나 다이몬드백스)의 경쟁에서 맥쿠친이 다소 낮은 성적으로도 팀 포스트시즌의 프리미엄을 얹어 MVP를 수상한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스탠튼의 마이애미는 15일까지 72승 76패를 기록,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사실상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가 부상에서 회복해 40홈런을 때려낸다 할지라도 MVP 수상은 힘들어 보인다.

이외에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조나단 루크로이(밀워키 브루워스), 맥쿠친 등은 MVP가 되기에 다소 부족한 기록과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 애매하다는 부분이 큰 걸림돌이다. 따라서 커쇼는 타자 경쟁자 중 확실한 상대가 없어 워낙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투수로서 MVP수상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커쇼가 200이닝을 넘기며,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1점대 평균자책점은 물론 트리플 크라운까지 차지한다면 사이영은 물론 MVP까지 충분해 보인다. 그만큼 커쇼는 올 시즌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고 그만한 MVP후보는 없다. 실제로 MVP 투표를 하는 현지 기자단 역시 커쇼의 MVP 수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인 것도 큰 강점이다. 커쇼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11명만 수상했던 사이영상과 MVP 동시 수상이 유력해 보인다.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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