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A: 29경기 217이닝 18승 6패 평균자책점 1.74 탈삼진 284
B: 34경기 258.1이닝 21승 9패 평균자책점 1.60 탈삼진 264

A와 B 선수 중 누가 더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일까? 아마 많은 팬들은 B선수를 택할 것이다. 물론 단순하게 성적만 놓고 보면 B가 더 뛰어날 수 있지만 이는 두 선수가 뛴 시대상황을 생각하지 않은 처사다.

A가 뛰었던 시즌은 2000년. 2000년은 '약물의 시대'로써 40홈런 이상을 때린 선수가 16명에 달했다(2013 시즌 2명). 당시 리그 평균자책점은 4.76으로 3.70을 기록했던 로저 클레멘스(당시 뉴욕 양키스)가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2위를 기록했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대체 1위는 누구일까. 바로 앞서 언급한 'A' 페드로 마르티네즈(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평균자책점 1.74)다. 역사상 평균자책점 1위와 2위가 이렇게까지 차이가나는 시즌은 없었을(차이 1.96)정도로 페드로는 압도적이었다. 오죽하면 당시 페드로를 두고 압도적인 실력에 '외계인'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그렇다면 B는 누구일까. B가 뛰었던 시즌은 역사상 최고의 '투고타저' 시즌으로 유명한 1968년. 당시 리그 평균자책점은 2.98이었고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끝낸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무려 49명이었다(2013년 12명). B는 이런 '투고타저' 시즌에도 뛰어난 성적으로 사이영상을 차지했던 루이스 티안테(당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다. 너무나도 '투고타저'가 심해지자 메이저리그 측은 1969년부터 마운드높이를 조정했을 정도다.

다시 한 번 A와 B의 성적을 보자. 여전히 B가 A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고 생각하는가? 이렇게 시대상황을 고려치 않고 표면적인 성적만 보는 것은 분명 위험한 일이다. 이를 위해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는 조정 평균자책점(ERA+)이라는 기록을 제공한다. 조정 평균자책점은 타자/투수 친화적인 구장, 당시 리그의 상황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해 평균을 100으로 두고 더하는 기록이다.

조정 평균자책점의 예로 앞서 언급한 'A' 2000년의 페드로는 조정 평균자책점 291로 역대 2위면서 1900년 후 1위(1880년 팀 니프 293 역대 1위)에 올랐다. 반면 'B' 루이스 티안테는 1968년 조정 평균자책점이 186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단적인 성적만 보면 티안테가 페드로보다 뛰어났지만 조정 평균자책점에서는 약 105이상 페드로가 더 나았던 셈.

단일 시즌은 페드로가 최고지만 통산 조정 평균자책점에서는 단 한 선수가 페드로 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바로 역대 세이브 1위(652개) 마리아노 리베라가 그 주인공. 조정 평균자책점은 1000이닝 이상 던진 선수를 기준으로 통계를 내 일반적으로 불펜 투수가 들어가기 힘들다. 하지만 리베라는 워낙 불펜투수로 오래 뛰다보니(19시즌) 통산 1283.2이닝을 던져 이 기록에 충족했고 통산 조정 평균자책점이 205로 통산 2위 페드로(154)보다 51이나 높다.

그렇다면 통산 조정 평균자책점 3위는 누구일까. 바로 '우리 시대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다. 커쇼는 열흘전만해도 150을 기록, 고작 5시즌을 뛰었지만 충격적인 활약을 했던 1849년생 짐 데블린과 함께 공동 3위에 랭크돼있었다. 하지만 최근 두 경기에서 16이닝 1자책만을 기록하며 폭주했고 결국 조정 평균자책점 1을 올리는데 성공, 29일까지 151을 기록하며 단독 3위로 치고 올라왔다.

통산 3위인 그의 밑에는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143, 통산 11위), 투수 최고상인 '사이영상'의 주인공 사이 영(138, 통산 17위), '마지막 300승 달성자' 랜디 존슨(135, 통산 21위), 다저스의 전설이자 황금의 왼팔로 불린 샌디 쿠팩스(131, 통산 35위) 등 수많은 선수들이 시대와 구장을 반영한 조정 평균자책점에서 밑에 있다.

물론 커쇼는 고작 7시즌밖에 뛰지 않아 표본이 적다. 지금이 가장 전성기를 맞이할 나이라는 점에서 갈수록 그의 성적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조정 평균자책점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에서 역대 단독 3위에 오른 것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커쇼의 다음 목표는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즈다. 이미 전설이 된 그는 과연 약물로 인한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시즌을 투수로써 지배했던 페드로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의 이런 도전을 지켜볼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메이저리그 팬들의 기대는 점차 모아지고 있다.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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