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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과연 클레이튼 커쇼(26·LA 다저스)의 사이영상은 가능할까. 커쇼가 올 시즌마저 사이영상을 타내게 된다면 2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에 최근 4년간 3번의 사이영 투표 1위, 1번의 2위라는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게 된다. 이는 그렉 매덕스의 사이영상 4연패(1992~1995)나 랜디 존슨의 4연패(1999~2002)와 비견될 수 있는 위대한 업적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것이다.

▶커쇼의 사이영상이 유력해 보이는 이유

기록으로 볼 때 이정도 투수가 사이영상을 받지 않는다면 수상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다승 1위(14승), 평균자책점 1위(1.78) WHIP 1위(이닝당 출루허용 0.86) 탈삼진 내셔널리그 4위(163개) 퀄리티스타트율 1위(경기당 6이닝 3실점 이하 89%) 등 대부분의 수치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 혹은 내셔널리그 최소 상위권에 든다(12일 까지).

또한 올 시즌 노히트노런 달성(6월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과 약 6주간 부상 공백이 있었음에도 이렇게 잘한다는 점,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 확실하다는 부분 등 모든 면에서 사이영상에 적합해 보인다.

▶사이영상의 기본 수치 ‘이닝’

하지만 커쇼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절대적인 이닝 수가 부족한 것. 역대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구원투수를 제외하고 200이닝 이상을 던지지 않고 사이영상을 타낸 경우는 선수노조의 파업으로 시즌이 중단된 1981시즌의 내셔널리그 페르난도 발렌수엘라(192.1이닝)와 1994시즌의 아메리칸리그 데이비드 콘(171.2이닝)뿐이다.

즉, 불가항력적인 경우가 아니고서야 200이닝을 넘기지 않고 사이영상을 따낸 선발투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무하다. 그나마 파업시즌을 제외하고 가장 적은 이닝으로 사이영상을 따낸 사례는 1999년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213.1이닝 정도다.

기본 200이닝이 사이영상의 기본지표인 것은 2002년 AL 사이영상 투표를 통해 알 수 있다. 당시 페드로 마르티네즈(보스턴 레드삭스)는 배리 지토(오클랜드 에슬레틱스)에 비해 평균자책점에서 0.5정도나 앞섰고(페드로 2.26, 지토 2.75) 탈삼진에서는 무려 60여개의 우위(페드로 239개, 지토 182개), 조정 평균자책점마저 46이나 높았지만(페드로 202, 지토 158) 페드로는 199.1이닝 밖에 던지지 못해 자신보다 30이닝 더 던진 지토에게 사이영상을 내줘야했다.

결국 200이닝의 수치는 100과 200의 앞자리 숫자가 바뀐다는 상징성은 물론 한 투수가 팀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경기를 뛰었는지를 보는 척도로써 평가받기에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200이닝 달성

현재 다저스는 42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5인 로테이션 체재에서 산술적으로 커쇼는 최대 8경기 혹은 9경기에 출전이 가능하다. 12일까지 136.1이닝을 던진 커쇼에게 200이닝을 위해서 필요한 이닝은 64.2이닝. 즉 커쇼는 남은 경기가 8경기라면 8.1이닝 이상, 9경기라면 최소 7.1이닝 이상을 매 경기 던져야만 200이닝 돌파가 가능하다.

이는 절대 쉽지 않은 수치다. 커쇼는 현재 19경기에 나와 136.1이닝을 소화했는데 이는 매 경기 7이닝을 간신히 넘긴 이닝 소화력이다. 현재의 괴물 같은 페이스를 남은 경기에서 유지는 물론 조금 더 노력해야 가능한 수치인 것이다.

▶커쇼가 아니라면 누가 가능한가

커쇼에게 불리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도 사이영상이 유력한 선수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 후보는 14승으로 다승 공동선두에 올라있는 조니 쿠에토(신시내티 레즈)와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커쇼를 가장 위협하고 있는 것은 쿠에토다. 쿠에토는 커쇼 다음으로 내셔널리그에서 낮은 평균자책점(커쇼 1.78, 쿠에토 2.05)에 커쇼보다 훨씬 많은 이닝 소화력(커쇼 136.1이닝, 쿠에토 179.2이닝) 커쇼보다 많은 탈삼진(커쇼 163개, 쿠에토 181개)을 잡아냈다는 부분이 큰 장점이다.

웨인라이트 역시 쿠에토 만큼은 아니지만 낮은 평균자책점(2.28), 만만치 않은 이닝 소화력(162이닝), 적지 않은 탈삼진 능력(134개) 등 골고루 갖췄다. 또한 최근 3년간 2번의 사이영 투표 2위를 따냈다는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아예 다른 후보들이 확연히 떨어진다면 커쇼가 200이닝을 소화하지 못한다할지라도 1위표는 커쇼에게 갈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렇게 확실한 후보들이 있는 가운데 커쇼가 사이영상의 기본 지표인 200이닝마저 넘기지 못한다면 결국 커쇼는 위대한 시즌을 보내고도 사이영상을 놓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0이닝을 넘길 수 있느냐 아니냐가 커쇼의 사이영상 수상의 최대 관건이다.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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