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통계학적으로 야구에 접근해 숫자에서 선수의 가치와 현상을 이해하는 야구 이론인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에는 수많은 기록과 지표가 있다.

그중에서도 포수부터 투수까지 모든 포지션의 선수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는 WAR(Wins Above Replacement, 대체선수 이상의 승수)은 '세이버매트릭스의 정수'로 평가받을 정도로 중요한 기록이다.

이 지표의 의미는 WAR이 1이면 WAR이 0인 선수보다 팀에 1승을 더해준다는 것이다. WAR 1은 대개 400만~5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물론 매년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 WAR이 0인 선수로만 팀을 꾸려도 0승 162패를 하는 건 아니다. 야구의 특성상 기본 기량의 선수로만 팀을 꾸려도 승률 3할(약 47~48승)이 나오기에 여기서부터 WAR 승수가 더해진다. 즉 WAR이 7인 MVP급 시즌을 보낸 선수는 47승의 팀을 54승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선수 이상의 선수'로 풀이되는 WAR을 언급할 때 항상 나오는 '대체선수'의 기준은 무엇일까? 대체선수는 메이저리그 내 평균적인 선수가 아닌 마이너리그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선수의 중간지대 선수를 말한다. 즉, 쿼트러플(AAAA)급 선수가 바로 WAR 0이 기준으로 삼는 대체선수다.

4일(이하 한국시각) 추신수(32ㆍ텍사스 레인저스)의 WAR은 -0.2가 됐다(팬그래프닷컴 참고). 간단히 말하면 추신수가 현재 대체선수보다 못한 활약을 하고 있으며, 도리어 0.2승을 깎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3할 타율에 22홈런, 22도루를 기록한 2010시즌 추신수의 WAR은 5.9였다. 팀에 6승 가까이 더 벌어주는 선수이자 약 3,000만달러어치의 활약(1WAR당 500만달러 계산)을 펼친 선수였던 셈이다.

지난 시즌에도 WAR 5.1을 기록한 추신수에게 텍사스는 올시즌 1,400만 달러의 연봉을 지급하며 최소 WAR 3 수준(약 1,500만달러 수준)을 기대했다. 하지만 추신수의 끝없는 부진으로 이 같은 기대가 현재까진 물거품이 됐다.

물론 남은 두 달여 동안 추신수가 대반전을 이룰 여지는 남아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기록이 누적된 상황에서 한두 달 반짝한다고 해서 쉽게 부진을 만회할 순 없다.

현재 추신수는 발목부상과 무너진 스트라이크존, 수비 시프트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생애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오죽하면 그는 인터뷰에서 "선구안이 흔들리다보니 내 야구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금의 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몸보다는 정신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지금 추신수는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선수보다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생애 최악의 고난을 겪고 있는 선수에게 비난을 퍼붓기보다는 힘든 선수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이 트기 전이 가장 어둡고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오기 직전이 가장 힘들다는 흔한 말이 추신수에게 더욱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