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진출 초기 조롱하던 시선, 스플리터 앞세운 압도적인 성적으로 여론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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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2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는 충격에 빠졌다. 메이저리그에서 단 하나의 공도 던져보지 않은 외국 투수에게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가 투수 역대 계약금 5위에 해당하는 7년 1억 5,500만 달러를 안겼기 때문.

게다가 포스팅 비용으로 2,000만 달러에 4년 후 계약을 파기하고 자유계약선수(FA)로 나올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과 전구단 트레이드 거부권까지 포함된 파격적인 계약이라 메이저리그 전체가 들썩였다. 너무나도 엄청난 계약규모에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갔다. 그리고 국내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그의 이름을 본 따 그가 메이저리그 희대의 먹튀계약으로 모두를 '다 낚을 것'이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일본인 우완투수 다나카 마사히로(26·뉴욕 양키스).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기만 했던 다나카는 19일까지 나온 단 8경기를 통해 자신을 찬사와 환호의 대상으로 180도 변화시켰다.

▶다나카 마사히로의 현재 성적(19일까지)

8경기 6승0패(완봉승 1회) 58이닝 평균자책점 2.17 탈삼진 66 WHIP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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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승 공동 4위, 평균자책점 10위, 탈삼진 공동 7위, WHIP 4위

다나카는 무시무시한 질주 중이다. 8경기 중 단 두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승리를 쓸어 담았고, 승패 없는 두 경기에서도 팀은 단 1패를 기록했을 뿐이다. 그야말로 양키스 승리 보증 수표인 셈.

현재 양키스 선발진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서(구로다 히로키 4.61, C.C 사바시아 5.28 비달 누노 6.43, 이반 노바 8.27, 마이클 피네다 부정투구 *숫자는 평균자책점) 다나카는 팀 선발진을 혼자 지탱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거기에 승리, 평균자책점, 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 등 투수 중요지표에서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개인성적에서도 환상적인 행보다.

▶다나카의 성공 요인은? 역시 명불허전 '스플리터'

야구통계전문 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다나카는 올 시즌 8경기 동안 무려 8개의 다른 구질을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2%미만인 투심과 커터, 체인지업을 제외해도 포심패스트볼, 싱커, 스플리터, 슬라이더, 커브로 다섯 개다. 여기서 비슷한 구종인 싱커와 스플리터를 묶으면 다나카는 주로 네 개의 구종(포심, 싱커류, 슬라이더, 커브)으로 메이저리그를 정복 중인 것으로 알 수 있다.

그중 다나카의 패스트볼은 평균구속이 91.6마일로,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1.8마일로 도리어 낮다. 게다가 그의 패스트볼 구종가치는 0.1에 지나지 않는다. 구속만큼이나 구종가치 역시 메이저리그 딱 평균 수준인 것.

그렇다면 다나카가 현재까지 성공을 거두고 있는 요인을 무엇일까? 일본 시절부터 다나카의 주 무기로 손꼽혔던 스플리터가 역시 '명불허전'이었기 때문이다.

다나카의 스플리터는 일단 구속부터 차이가 난다. 패스트볼은 리그 평균 수준인 다나카는 스플리터 만큼은 리그 평균구속인 83.7마일보다 무려 2.5마일이나 높은 86.2마일을 기록 중이다.

구속만 빠른 게 아니다. 다나카의 스플리터는 구종가치에서도 여타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다나카의 스플리터는 현재 구종가치 7.5로 2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잭 풋남(5.8), 3위 콜로라도 로키스의 호르헤 데라로사(4.6) 등에 비해 약 2에서 3정도나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2위 풋남과의 격차를 보면 1.7로 이는 현재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마구'로 인식되고 있는 다르빗슈 유의 슬라이더(텍사스 레인저스, 8.3)가 슬라이더 2위 저스틴 마스터슨(클리블랜드 인디언스, 6.5)과 격차를 가지는 만큼이나 압도적인 차이다.

▶다나카의 스플리터, 계속 통할까?

문제는 다나카가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처음 상대해보는 투수다보니 '생소함'이라는 무기로서 통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즉 시간이 흐를수록 다나카의 이 생소함은 익숙함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다나카는 전체 구종 중 45.1%를 비슷한 구종으로 분류되는 스플리터와 싱커를 던져 재미를 보고 있다. 자주 볼수록 익숙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다나카는 미국진출 직전 3년 동안 사와무라상을 2회 수상했고 같은 기간 성적은 53승 9패 평균 자책점 1.44였다. 일본의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데이터'에 따르면 다나카의 일본 통산 스플리터 마지막 3년간 피안타율은 1할3푼6리에 지나지 않았다. 고작 8경기이긴 하지만 메이저리그서 현재 1할1푼1리를 기록 중인 스플리터 피안타율은 메이저리그 타자에게 더 통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에서의 경력, 다나카의 '마구'였던 스플리터가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도 마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나카는 자신에게 기대됐던 투수 역대 연봉 5위만큼은 아니라도 양키스의 기대치(1~2선발급)는 충분히 해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는 26살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낙관론으로만 다나카를 대할 수 없다. 7년 계약이고 옵트아웃을 행사하더라도 최소 4년은 돈값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초반 8경기만큼은 그를 조롱하고 비웃으며 메이저리그를 충격으로 '다 낚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들을 도리어 '다 낚아'버린 다나카임은 틀림없다.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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