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선발 출전하는 류현진은 벤치클리어링 참여 안 해

'감히 우리 편을 건드려?' 잭 그레인키(LA다저스)의 속마음이었을까. 그레인키는 동료인 야시엘 푸이그가 상대 투수의 강속구에 안면을 맞자 곧바로 보복했다. 다저스는 감독까지 나서는 집단 난투극을 두 차례나 벌인 끝에 승리를 거뒀다.

다저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5-3으로 역전승했다. 이날 선발 투수로 나선 그레인키와 이안 케네디(애리조나)는 팽팽한 승부를 벌였다. 4회까지 살얼음 같은 평행선을 달리다 5회 애리조나가 선취점을 뽑았다. 다저스는 6회 사구를 맞은 푸이그의 투혼과 안드레 이디어의 활약으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사건은 7회에 벌어졌다. 그레인키는 케네디의 148km 강속구에 코를 맞은 푸이그를 기억하고 상대 타자 메겔 몬테로의 등에 정통으로 패스트볼을 꽂았다. 바로 1차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양 팀 선수가 우르르 몰려나와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사태가 일단락되나 싶더니 7회 말 애리조나가 반격했다.

케네디는 그레인키가 타석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레인키의 상반신을 조준해 148km 강속구를 던졌다. 누가 봐도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위협구는 그레인키의 어깨에 그대로 꽂혔고 다저스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뛰어 나갔다. 2차 벤치클리어링 때는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도 분을 참지 못했다. 매팅리 감독은 애리조나 포수 몬테로에게 돌진했고 커크 깁슨 감독도 매팅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위협구를 던진 케네디와 깁슨 감독이 퇴장 당한 후에도 두 팀 선수들은 산발적인 몸싸움을 벌였다. 주심은 수습이 어려워지자 푸이그와 마크 맥과이어 다저스 타격코치, 터너 워드 애리조나 타격 보조 코치에게 추가로 퇴장 명령을 내려 가까스로 경기를 재개했다.

다저스는 8회 초 애리조나에 1점을 내줬으나 8회 말 애드리안 곤잘레스와 이디어, 후안 유리베가 주루에 나가 1사 만루를 만들었고, 팀 페데로위츠의 짜릿한 2루타로 3점을 추가해 역전승을 거뒀다.

다저스나 그레인키에게 이날 경기는 오래 기억될 듯하다. 그레인키는 4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카를로스 쿠엔틴의 몸을 맞춘 공을 둘러싸고 벌어진 벤치 클리어링으로 어깨를 다친 바 있다. 이 부상으로 그는 거의 한 달간 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그러다 이날 또 집단 몸싸움의 중심에 서서 부상의 위험에 노출됐다.

한편 다음날 애리조나전에 등판하는 류현진은 벤치 클리어링에 나서지 않았다. 류현진이 벤치클리어링에 나섰다가 자칫 다치기라도 하면 팀 전력에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벤치클리어링 불문율에 따르면 부상을 당한 선수와 다음 선발을 앞둔 투수는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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