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하나 영원불멸한 기록도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최근 몇 년 새 미국프로야구에서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 기록이 하나 둘씩 시차를 두고 깨졌다.

본즈가 8일(한국시간) 행크 아론을 넘어 31년 만에 최다 홈런의 새 이정표를 세우기 전 일본인 좌타자 스즈키 이치로(시애틀)가 2004년 262안타를 몰아치며 조지 시슬러가 보유하던 한 시즌 최다 안타(257개)를 84년 만에 갈아치웠다.

지난해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마무리 투수이자 '지옥의 종소리'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트레버 호프먼이 리 스미스가 갖고 있던 통산 최다 세이브(478개)를 9년 만에 경신했고 6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500세이브도 돌파했다. 그의 기록 행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록이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메이저리그 경기 수가 154게임에서 162경기로 늘어난 1961년 이후 기록에는 모두 '별표'를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달라진 환경과 배가된 실력에도 불구, 영원히 깰 수 없는 기록도 있다.

◇ 타자= 56경기 연속안타, 최다 안타, 2천632경기 연속 출장, 4할 타율

1941년 뉴욕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가 작성한 56경기 연속 안타가 으뜸이다. 훗날 야구사가들에 따르면 디마지오는 최소 2차례 이상 실책이 안타로 둔갑하는 행운을 안은 끝에 대기록을 세웠다.

본인의 의지는 물론 상대 수비진, 기록원 등과 보조(?)를 맞춰야 연속 경기 안타를 이룰 수 있기에 더더욱 깨기 어려운 기록이다.

올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철인' 칼 립켄 주니어의 2천632경기 연속 출장 기록도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이다. 립켄 주니어는 내야수 중 가장 수비 부담이 많은 유격수를 맡으면서 1982년 5월31일부터 1998년 9월20일까지 17년간 단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1941년 타율 0.406을 때린 테드 윌리엄스 이후 끊긴 시즌 4할 타자의 명맥을 잇기도 버거워 보인다. 가장 근접했던 기록은 역시 올해 '명예의 전당'을 밟은 토니 그윈이 1994년 세운 0.394다.

리키 헨더슨이 훔친 개인 통산 1천406개의 도루도 어려운 기록이다. 역대 선수 중 유일하게 도루 1천개를 돌파한 그는 620도루로 현역 최다인 케니 로프턴(클리블랜드)보다 두 배 이상 앞서 있다.

'안타왕' 피트 로즈가 1986년 세운 4천256안타도 통산 최다 안타 기록으로 21년째 빛나고 있다.

4천안타를 넘은 이가 로즈와 '전설의 타자' 타이 콥(4천189개) 두 명일 뿐더러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현역 최다 안타왕 크레이그 비지오(휴스턴)도 이제 갓 3천개를 넘은 수준이라 로즈의 기록은 더욱 위대해 보인다.

1930년 작성된 핵 윌슨의 한 시즌 최다인 190타점도 정복하기 힘든 고지다. 2001년 본즈가 쏘아 올린 한 시즌 최다 홈런 73개도 마찬가지다.

◇ 투수= 511승, 5천714탈삼진, 59이닝 연속 무실점, 시즌 30승

물렁공으로 때려도 타구가 잘 뻗지 않는 '데드볼' 시대이던 189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까지 직구와 커브만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의 투수 사이 영이 올린 통산 511승은 영원한 기록으로 남을 전망.

2위 월터 존슨(417승)과 격차도 상당하다. 분업화 시대로 장수하는 선수가 많다고 하나 300승 투수 계보도 위협받는 요즘 영의 511승은 독보적인 수치다.

영은 그밖에 통산 최다 이닝(7천356이닝), 통산 최다 완투(749경기), 최다 타자상대(3만58타자) 등에서도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강속구 투수 놀란 라이언의 통산 최다 탈삼진 5천714개도 유일무이하다. 2위인 로저 클레멘스(양키스), 랜디 존슨(애리조나)과는 1천100여개 차가 난다. 불혹을 훌쩍 넘긴 클레멘스와 존슨이 라이언을 따라 잡으려면 연평균 탈삼진 150개씩, 6년 이상을 뿌려야 하는데 현재 나이로 볼 때 불가능에 가깝다.

라이언은 통산 7차례 노히트 게임을 펼쳐 이 부문에서도 수위를 고수 중이다.

박찬호의 사형으로 잘 알려진 '불독' 오렐 허샤이저의 59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도 대단하다. 23승8패로 사이영상을 수상할 무렵인 1988년 8월31일부터 9월29일까지 올린 기록이다. 잘 던지기도 해야 할 뿐더러 야수진의 도움도 필수적이다.

1968년 31승(6패)을 올린 데니 매클레인을 끝으로 시즌 30승 투수가 종적을 감춘 지도 40년이 돼 간다. 가장 근사치는 1990년 봅 웰치가 올린 27승이었다.

그밖에 월터 존슨의 통산 110차례 완봉승, 최소 3천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가운데 1916년 2.06으로 가장 낮은 통산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모데카이 브라운의 기록도 불멸의 기록으로 후대에 전해질 전망이다. 현역 선수 중 통산 방어율이 가장 낮은 선수는 페드로 마르티네스(뉴욕 메츠)로 2.8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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