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성매매사범 줄었지만 청소년층은 크게 늘어"
"가해 청소년과 피해 청소년 모두 상담과 교육 필요"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한국아이닷컴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무작정 집을 나온 뒤 갈 곳이 없던 중학교 1학년 A(13)양은 평소 알고 지내던 동네 언니 장모(15), 한모(15), 방모(14)양을 찾아갔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가출한 신세였던 언니들은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주겠다며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모텔로 A양을 안내했다. 모텔에 들어서자 언니들은 갑자기 무서운 '포주'로 돌변해 성매매를 강요했다. 언니들은 "도망가다가 걸리면 남자친구를 시켜 때리겠다"고 협박했고, A양은 꼼짝없이 잡혀 언니들이 휴대전화 채팅으로 꾄 남성들과 두 차례 성매매를 했다.

지난 4월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집을 나온 B(17)양은 20일간 사귀었던 전 남자친구 C(18)군에게 붙잡혀 끔찍한 일을 겪었다. 사귀는 동안 B양이 실수로 스마트폰 액정을 깨뜨렸는데, C군은 이를 빌미로 B양에게 성매매를 요구했다. C군은 B양을 서울 성북구 미아리에 있는 여인숙으로 끌고 가 1인당 15만~20만원의 돈을 받고 성매매를 시켰다. 성매매가 끝나면 C군은 서울 성북구 수유동에 있는 자신의 원룸으로 B양을 데려가 수갑을 채워 감금했다. B양은 C군이 화장실을 간 사이 친구들에게 연락해 풀려날 수 있었다.

10대들의 성범죄가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나타나는 일탈을 넘어 성을 사고파는 일에 직접 가담하는 청소년이 눈에 띄게 늘었다. 11일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성매매 사범에 대한 연령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성매매사범 중 청소년층만 유독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 의원에 따르면 2008~2012년 21세 이상 전 연령에서 성매매사범이 답보 상태거나 줄어든 반면, 18세 이하 청소년 성매매사범은 2008년 388명에서 2012년 541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성매매사범 중 18세 이하 청소년의 비율은 2008년 0.8%에서 2012년 2.65로 늘어났다. 19, 20세 성매매 사범 역시 483명에서 553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사범 중 19, 20세의 비율도 2008년 1.0%에서 2012년 2.6%로 증가했다.

유 의원은 "2010년에 성매매 사범수가 반 이상 줄어든 것은 이때부터 정부의 성매매 단속 자체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범 자체가 줄었음을 감안했을 때 청소년 성매매 사범 수가 유독 증가한 것은 실제 현장에서 청소년에 의한 성매매가 대폭 늘어났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대들이 성매매에 직접 가담한 사건은 잇따르고 있다. 가출한 '거리의 청소년'끼리 성매매를 강요하는 것은 물론, 성매매가 협박수단으로 전락한 사례도 있다. 최근 부산에서는 또래 여학생에게 돈을 빌려준 뒤 '갚지 않을 땐 성매매를 하던지 몸을 팔아서라도 돈을 갚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게 한 고등학생 D(17)군 등 6명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10대들은 일그러진 성문화에 젖어 있지만, 사회는 여전히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유 의원은 "중고등학교에서 성폭력예방교육 등의 인권교육을 제대로 시행하는 등 청소년 보호에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성매매사범으로 단속된 청소년에 대해서도 현장 전문가들과의 상담 연계, 교육 등을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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