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1년 사이 38.5% 증가… 성범죄 등 강력범죄 상당
김현 "가정과 학교 등 1차적 안전망 붕괴로 소년 범죄 급증"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원에서 10대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3월 강원도 원주의 한 마을에서 초등학교 6학년 A(11)군 등 3명은 평소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누나 B(23)씨를 상대로 끔직한 범죄를 저질렀다. A군 등은 B씨를 마을에서 가까운 한 공사장으로 유인한 뒤 반항하는 B씨의 옷을 벗기고 차례로 성폭행했다. B씨가 지적장애 2급이라는 점을 이용해 범행을 계획한 초등생들은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순번을 정한 후 순서대로 B씨를 성폭행했다. 이들은 범행 당시 휴대전화에 저장된 '음란동영상'을 B씨에게 보여주며 강제로 성행위를 하도록 했다. 만 14세 미만으로 '촉법소년'인 초등생 3명은 모두 춘천지법 소년부로 넘겨졌다.

초등학생들의 범죄가 날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3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1~2012년 촉법소년 현황'을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년간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은 모두 2만2,490명이다. 2011년 9,431명에서 2012년 1만3,059명으로 1년 사이에 38.5%나 증가했다. 2년간 촉법소년이 가장 많이 저지른 범죄는 절도(1만148명), 폭력(4,609명) 등으로 나타났다. 촉법소년 중 살인범은 없었지만, 강간 등 성범죄(263명)를 저지른 비율이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강도 방화(205명), 강도(58)명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있었다.

나이에 따라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10세(429명), 11세(1,147명), 12세(4,330명), 13세(1만6,584명) 등으로 나이가 들수록 범죄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5,774명), 서울(4,882명), 인천(1,460명), 부산(1,292명), 대구(1,237명), 광주(1,135명)등의 순이었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흉악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없는 형사미성년자를 뜻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보호처분만 가능해 범죄전과 기록도 남지 않는다. 만 10세 미만의 소년범은 보호처분조차 불가능하다. 촉법소년들은 형사재판을 받지 않고 가정법원 등에서 감호위탁, 사회봉사, 수강교육, 소년원 송치 등의 처분을 받는다. 만 12세부터는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지만 수용기간은 최대 2년으로 제한돼 있다.

반면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범의 경우 성인범과 유사한 형사처벌은 받으나 자유형 부과 때 소년교도소에 수감하며 성인교도소에 수감되더라도 성인 수형자와는 따로 수감하도록 규정돼 있다.

문제는 촉법소년의 재범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광주의 한 편의점에서 종업원을 흉기로 위협하고 돈을 빼앗아 달아나던 C(13)군이 붙잡혔다. C군은 앞서 휴대폰 매장에서 휴대폰 2,000만원어치를 훔친 혐의로 검거됐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경찰에서 조사만 받고 풀려난 상태였다.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져드는 촉법소년이 많아지면서 일각에서는 형사처벌 가능 연령을 낮추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형사처벌 가능 연령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보호관찰제도 등을 정비하는 제도적 정비와 더불어 가정과 학교의 울타리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촉법소년의 범죄가 성인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의원은 "촉법소년 범죄가 1년 사이 급증한 것은 우리사회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사회가 양극화되면서 가정과 학교 등 1차적 안전망의 붕괴해 소년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가가 이를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 의식 강화와 공교육 강화를 통해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추후 더 큰 사회적 비용이 소모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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