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금장치만 없을 뿐 멀티방과 비슷, 흡연·음주·성관계…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여전히 단속 사각지대

룸카페가 미성년자들의 탈선행위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의 한 룸카페 내부 모습.
"오늘만 세 번째 치우는데요, 뭘."

토요일인 지난 10일, 10대 청소년으로 보이는 한 커플이 조금 전까지 머문 1평 남짓한 칸막이 방안은 담요와 긴 베개가 어지럽게 엉켜 있었다. 방 한 쪽에 놓인 휴지통 안에는 콘돔과 맥주캔, 휴지가 뒤섞여 있었지만 방을 정리하러 온 직원 A씨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A씨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일주일에 4~5일은 이런 쓰레기를 꼭 치운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이곳은 10m쯤 되는 긴 복도 양 쪽으로 작은 칸막이 방들이 빼곡한 일명 '룸카페'다. 소파가 놓여있고 벽걸이 TV가 설치된 방 구조가 얼핏 멀티방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8월 탈선을 조장한단 이유로 미성년자의 멀티방 출입이 금지된 뒤 룸카페가 청소년들의 새로운 탈선의 온상이 되고 있지만 관련법조차 갖춰지지 않아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룸카페는 잠금장치만 없을 뿐 사실상 멀티방이나 다름없다. 게임기나 노래방 기계 소음을 막는다는 이유로 설치된 밀실에서 음주, 흡연, 성관계 등 탈선행위가 이어지던 멀티방과 전혀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본보가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서울 노원구와 종로구, 마포구, 송파구 룸카페 22곳을 직접 확인한 결과 매장 14곳에서 중고등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서울 노원구 C룸카페 단골이라는 박모(18)군은 "멀티방 출입규정이 강화돼 지금은 룸카페를 간다"며 "술을 사 들고 와 친구들과 마시거나 여자친구와 스킨십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애용한다"고 말했다. 마포구 한 룸카페에서 만난 이모(16)양은 "문을 잠글 수 없지만 누가 와서 들여다 보는 것도 아니고 음주 등 할 건 다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멀티방은 '복합유통게임제공업'으로 영업신고를 하게 돼있지만 룸카페는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있어 미성년자 출입을 금지할 수 없다"며 "일반음식점은 식품위생법상 방에 잠금장치 설치가 금지되는데 이를 준수하는 룸카페는 단속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룸카페는 게임기를 방 안에 설치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상당수 업소가 카운터에서 게임기를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가고 있어 청소년 고객들이 더 몰리는 실정이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박사는 "청소년들을 무조건 룸카페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대체업소를 만들 뿐"이라며 "유리창 설치 의무화 등 업소의 내부 환경 변화를 통해 청소년들의 건전한 놀이공간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