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관계' 소문 덮으려 친구끼리 공모해 학대·살해
'정당방위 주장' 증거 동영상도 만들어 경찰 조사서 제출
프로파일링 결과 '두 여성 모두 성격장애 의심된다' 분석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한국아이닷컴 자료사진
교생실습을 하며 맺은 부적절한 관계를 숨기기 위해 20대 여성이 고교생 제자를 자퇴시킨 뒤 학대하다가 살해한 일명 '동거제자 살해사건'의 전말이 드러난 가운데 가해자이자 친구 사이인 교사 지망생 A(29)씨와 B(28)씨의 관계가 관심을 끌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인천지검 형사3부(부장 이헌상)의 조사를 통해 7일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교사의 꿈을 키웠던 두 사람은 강원도에 있는 4년제 사범대학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강릉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했고, 이곳에서 피해자 권모(16)군을 만났다.

두 달 뒤 B씨는 권군과 연인 사이로 발전했고 성관계도 가졌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린 B씨는 "사귀던 권군을 강릉에 혼자 두고 오면 권군이 자신과 사귄 사실을 주변에 말할까봐 염려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교생실습을 마치고 고향인 인천으로 돌아가면 행여 권군이 자신과의 관계를 밝힐까 두려워진 B씨는 함께 교생실습을 한 A씨에게 '부탁'을 한다. 권군을 자퇴시키고 인천으로 데리고 와서 과외공부를 시켜 검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 것이다. 친구의 부탁에 A씨는 권군을 자신의 원룸으로 데리고 와 과외공부를 시키기 시작했다.

친구의 부탁으로 권군을 데리고 있기 시작했지만 A씨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함께 사는 것도 불편했고, 권군의 성적이 생각만큼 빠르게 오르지 않아 검정고시에 떨어질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권군을 빨리 합격시켜 집에 보내고 싶던 A씨는 체벌을 시작했다. 권군의 성적이 올라가지 않자 폭력은 심해졌고, 지난 5월부터는 B씨와 B씨의 남자친구인 대학생 안모(29)씨까지 체벌에 가세했다.

A씨와 B씨, 그리고 안씨는 벨트와 골프채까지 동원해 지속적으로 피가 나도록 권군의 머리와 전신을 구타했다. 권군이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를 묵살했다. 급기야 A씨는 권군에게 끓는 물 4ℓ를 부었다. A씨는 권군은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은 권군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권군을 학대한 사실을 감추려는 세 명의 공모는 범죄 영화보다 치밀했다. 안씨가 촬영한 영상에는 속옷만 입은 채 바닥에 앉아 울고 있는 A씨와 맞은편 화장실 문 앞에서 속옷만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권군의 모습이 담겨 있다. B씨가 "성폭행했느냐"고 추궁하자 "아니다"고 부인하던 권군이 "(내가 아니라) 누나가 먼저"라고 대답하는 도중 영상이 끊긴다.

이 영상은 권군이 사망한 후 경찰조사에서 A씨의 정당방위를 주장할 때 사용됐다. A씨는 경찰 검거 직후부터 "권군이 성폭행하려 해 끓는 물을 부었다"고 진술했고, B씨와 안씨는 이를 도왔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검찰은 세 명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토대로 세 명 모두 폭행에 가담한 정황을 밝혀냈다. 결국 A씨는 "동영상은 권군이 자신을 성폭행한 것처럼 옷을 벗게 하고 찍은 것이라고 털어 놓았고 B씨와 안씨가 공범"이라고 자백했다. 결국 이 사건은 '소문이 퍼지면 교사가 될 수 없다'는 두려움에 시작됐지만 교사로서의 윤리 의식을 저버린 반인륜적 범죄로 밝혀졌다.

A씨가 제자에게 끓는 물까지 뿌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이유가 뭘까. A씨는 "권군의 성적이 안 오르면 내 남자친구인 '원이'의 가족이 피해를 본다는 얘기를 B씨에게 자주 들었다"고 진술했다. '원이'는 A씨가 B씨의 소개로 만난 남자친구로 4년을 사귀어온 사이로 만난 적은 없는 일종의 '사이버 연인'이다.

검찰은 '원이'에 대해서 조사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다. '원이'는 B씨가 만든 가상의 인물이었다. 2009년 B씨는 A씨에게 '원이'를 소개해준 후 '원이'로 가장하고 무려 4년간이나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원이'의 존재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를 확인하기 위해 프로파일링을 한 결과 '두 여성은 보통사람들과 다른 성격적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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