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교통 여경 띄우기… "수령 결사옹위 모범"

북한 평양시 인민보안국 교통지휘대 지구대 대원 리경심이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 사진은 리경심이 7일 인민보안부에서 영웅칭호를 수여받은 뒤 포즈를 취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한 20대 여성 교통순경을 '수령 결사옹위의 모범'이라며 연일 띄우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선군시대 수령 결사옹위의 모범을 따라 배우자'란 제목의 사설에서 "평양시 인민보안국 교통지휘대 지구대대원인 리경심은 불의의 정황 속에서 혁명의 수뇌부의 안전을 결사 보위했다"라며 "수령 옹위의 빛나는 모범을 보여준 선군시대 인민보안원의 전형"이라고 치켜세웠다.

사설은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리경심과 같이 "사심 없는 순결한 양심으로, 의리로, 신념으로 간직된 영예와 실천"이어야 한다며 노동당 조직들이 리경심의 모범을 따라 배우기 위한 선전선동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의 의도나 정책 방향 등을 당원과 주민들에게 알리는 기본수단인 노동신문 사설이 이처럼 한 인물을 집중 조명하고 내세우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4일 리경심에게 '공화국 영웅칭호'와 '국기훈장' 제1급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은 이어 지난 6일에는 리경심을 노동당에 전격 입당시키고 7일에는 인민보안부(우리의 경찰청에 해당)에서 리경심에게 영웅칭호를 수여하는 의식을 대규모로 거행했다.

노동신문과 평양방송, 조선중앙TV를 비롯한 북한 매체들도 닷새째 연일 리경심의 영웅칭호 수여 소식, 그의 삶을 다룬 기사,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 등을 내보내며 그를 '시대의 영웅'으로 선전하고 있다.

북한 매체의 보도를 따르면 리경심은 22세의 교통순경으로 2008년 인민보안부에 입대, 현재 중위의 계급장을 달고 있다.

노동신문은 리경심이 중학교 졸업 후 사범대학에 진학하려 했으나 '네거리 초소'의 중요성을 깨닫고 교통순경이 됐다고 전했다.

신호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에서는 차량 통행량이 많은 주요 네거리 중심에 여성 교통순경이 배치돼 수신호로 교통 지휘를 하고 있다.

북한에서 '거리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여성 교통순경은 17∼18세의 중학교(우리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과정) 졸업생 중에서 키가 크고 인물이 괜찮은 사람으로 충원된다.

북한은 그러나 20대 초반의 여성 교통순경을 이처럼 영웅으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그가 어떤 이유로 영웅칭호를 받게 됐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 매체들이 리경심이 '혁명의 수뇌부'의 안전을 결사 보위했다고 밝혀 그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탑승한 차량을 사고 위험에서 건진 것 아니냐고 추정할 수 있다.

북한에서 '혁명의 수뇌부'는 최고 지도자, 즉 김정은 제1위원장을 의미한다.

실제로 리경심이 근무하는 '네거리 초소'는 김 제1위원장의 차량이 이동하는 주요 경로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리경심은 지난 8일 노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어느 날 이른 새벽 근무 중 눈이 쌓이고 고드름이 매달린 김 제1위원장의 '야전차(승용차)'를 목격하고 경례를 올렸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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