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중견기업 MS하모니 이준 대표
"성전의 나날들… 금단의 성역 너무 완고하더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성인용품 매장. 새빨간 조명 아래 자위용품부터 먹을 수 있는 속옷까지 가지각색의 성인용품이 전시돼 있다. 매장 주인은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고객이라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대한민국의 性 단조롭고 따분… 외국 업계 종사자들 자긍심 충만
미풍양속의 잣대 시대 뒤떨어져… 고객층 변태 아닌 평범한 사람들
중기청 '신성장산업' 키우자는데 단속 일변도의 정책 답답하기만

MS하모니는 '성인용품 업계의 삼성'으로 통한다. 2005년 구멍가게 규모로 출발해 직원 수 40여 명 연매출 60억 원대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수출 100만 달러를 달성했고, 자체 개발한 커플용 바이브레이터(진동형 자위기구)는 세계 3대 디자인공모전인 '독일 레드닷 디자인어워드'에서 레드닷 디자인상(2010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업계가 MS하모니를 주목하는 것은 그 같은 성장사보다 성장 과정의 험난했던 도전사다. 지난 달 25일 만난 이 업체의 젊은 CEO 이준(38) 대표는 '독'이 잔뜩 올라 있었다.

성인용품 업계 진출 계기는?

"창업을 하려고 봤더니 내가 해볼만한 대부분의 시장이 포화상태더라. 경쟁도 치열하고…. 성장성이 있으면서 남들이 쉽게 덤벼들지 못할 것 같은 영원한 테마를 찾고 싶었다. 그게 바로 성(性)이었다. 성경에도 종교인, 사채업자, 창녀가 태초의 직업이라고 나오지 않나. 미국이나 유럽 사람에게 성관계를 얼마나 하냐고 물으면 '일주일에 한두 번, 1~2시간' 그런 식인데, 우리나라는 대개는 기피한다. 아니면 '핵심코스'에 한정해서 말한다. 10분, 20분 그런 식. 미국인이 성관계 1~2시간이라고 말할 때 거기에는 달콤한 대화, 마사지, 다양한 성인용품을 갖고 즐기는 시간 등을 자연스럽게 포함시킨다. 대한민국의 성은 무척 단조롭고 따분하다. 반면에 매춘 등 퇴폐산업은 어마어마하게 비대하다. 건전하게 성 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이 시장을 양성화 시키고 싶었다. 동시에 성문화를 바꾸고 싶었다."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창업 초기엔 조그맣게 소매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고 싶더라. 2007년 베를린에서 열린 '비너스'라는 성인용품 박람회에 갔던 것도 그래서였다. 가보니 가히 신세계더라. 박람회 분위기부터 우리 매장들과는 판이하고, 정장 차림의 종사자들 얼굴에서도 자긍심들이 느껴지더라. 멋지고 아름다운 제품들이 즐비하고 마트에 진열해놔도 손색없을 만큼 전혀 음란하지 않은 것들도 있고. 수백만 달러씩 계약을 체결해대는 게 부러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용도가 성이면 디자인이 어떻든 무조건 통관보류 아니냐. 법이 말하는 '음란성'의 기준, 관세청의 '풍속 저해'라는 말을 동의하지 못하겠더라. 싸워 이길 자신이 생겼다. 관세청과의 길고 험난한 소송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싸워보니 어떻던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한 제품을 골라 소송을 걸었다. 여기서 이기면 다른 제품들은 통관이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말을 말자. 여성용품(남자 성기모형)은 통관이 좀 쉽고 남성용품은 대체로 어렵다. 성기 묘사가 부분적이냐 전체적이냐에 따라 다르고, 판사의 판단에 따라 다르다. 성적 수치심을 느끼느냐 아니냐가 판단 기준이니까. 수출하면서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세계 어디에서도 국내의 '미풍양속 법'같은 장벽은 경험하지 못했다. 음란성 규제도 좋고 미풍양속도 좋다. 관세청이 무분별한 성인용품 수입으로 문제가 생기는 걸 우려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규제 기준은 있어야 하고, 그 기준이 사회 통념에 최대한 부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쨌건 급성장했다고 들었다.

"매출이 매년 100%씩 성장한다. 지금도 주문 밀린 게 품목 수로 3,000 개 정도 된다. 자랑 같지만 이 업계에서는 우리가 '삼성'으로 통한다. 중소기업청에서도 우리를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고, 은행에서도 기꺼이 대출을 해 준다."

제작도 한다고 들었다. 불법일 텐데.

"공장이 중국에 있다. 인건비도 싸고 통관도 쉽다. 국내에서 제조를 하지 않아서 법적으로 특별히 문제될 건 없다. 한국에서 제조하는 업체도 있다고 들었다. 성인용품이 아니라 고무 성형물 제조업 같은 걸로 법인 등록을 한다고 하더라. 나라면 역시 소송을 했을 것이다. 우리는 늘 그런 식으로 발판을 넓혀 왔고, 투명하게 하자면 그 길밖에 없다."

국내시장이 작아서 수출에 나선 건가?

"경제 규모에 비해서 우리 시장은 너무 작다. 시장을 키우려면 마케팅도 해야 하는데 거기도 제약이 많다. 포털 같은 데서는 알아서 긴다. 규제할 이유가 없는데, 자체 검열을 하는 거다. (곁에 있던 누군가는 이런 말도 했다. "비뇨기과나 성클리닉 광고는 더 음란하던데. 하지만 거긴 점잖은 의료인들이니….") 외국은 국내와 달리 어덜트 토이(adult toy)라고 해서 성인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 뿐이다. 마트에서도 팔고 편의점에서도 판다. 그러니 더 수출에 목을 메는 거다. 해외에서는 생산량이 주문량을 못 쫓아가고 있다."

주된 고객은 누군가?

"70대 이상 노인도 있고, 장애인들도 고객이다. 장애인협회에서 하는 세미나에는 거의 참석한다. 국립재활원에서 주최한 성 세미나에도 초청 받아 가기도 한다. 자위기구를 사용하는 사람을 변태라고 생각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또 부득이 써야 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외항선원이 그렇고, 공부하느라 절에 있는 사람도 그렇고…, 애인이나 성 파트너가 없는 사람들은 또 어떤가? 일년 열두 달 자신의 손에만 의존해야 하는 건가?"

어떻게 개선되길 바라나?

"단속을 위한 단속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부가 구체적인 규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얼마 전에도 중소기업청에서 연락이 왔다. 성인용품을 신성장산업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거였다."

그는 "'하지 마라'가 아니라. '왜 하지 마라'라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온갖 시비와 천대 다 받아가며 수출해놓으면 좋아하면서 막을 땐 왜 그렇게 까다롭게 구는 거냐"고 했다. "우리는 심지어 한미 FTA에 따라 관세 할인 혜택까지 받습니다. 너무 답답해요. 갈 길은 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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