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탈북여성, 신체적·정신적 피해 호소
"탈북여성 30% 성매매 권유받아" 조사결과도

상당수 탈북여성이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성매매를 권유받고 있는 가운데 한 탈북 여성이 모텔에서 성매매를 하다 살해당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한 탈북 여성이 모텔에서 성매매를 하다 살해당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18일 성관계 중 다방 여종업원을 살해한 이모(34·무직)씨를 살인 등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7일 오후 2시께 화성시 한 여관에 투숙한 뒤 객실로 배달 온 다방 여종업원 김모(45·2002년 탈북)씨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갖다가 김씨의 얼굴을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범행 직후 김씨 지갑에서 체크카드와 현금을 훔쳐 택시를 타고 달아났다. 그는 안산에서 피해자 카드로 50여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김씨는 여관 지배인에게 발견됐다. 여관 지배인은 배달을 나간 김씨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고 이날 밤 11시20분께 객실에서 숨진 김씨를 발견했다.

이씨는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범행 다음날인 18일 오전 11시17분께 경찰서로 찾아와 범행사실을 자백했다. 이씨는 김씨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갖다가 김씨가 변태적인 성행위를 거부하며 욕을 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씨는 폭력, 절도 등 전과 16범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의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이씨를 상대로 사건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씨는 수원에서 혼자 생활했으며 지난 15일부터 여관 인근 다방에서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탈북여성들은 북한에서 제3국을 거쳐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은 심각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에 의뢰해 지난해 3∼8월 20∼50대 탈북 여성 1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26.4%(37명)가 주요 우울 장애로 의심되는 심리상태를 보였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집계한 전국 성인남녀의 우울증 발병률(6.7%)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유병률은 57.6%였고, 자살을 고려하거나 시도한 비율도 무려 45.7%나 됐다.

탈북여성들이 이처럼 심각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겪은 이유는 북한에서 제3국을 거쳐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성폭력 등의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실제 응답자의 14.3%(20명)는 북한에 있을 때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 신체적 성폭력에 시달렸다. 17.9%(25명)는 제3국을 통한 탈북 과정에서, 12.1%(17명)는 남한 정착 후 신체적 성폭력을 당했다.

상당수 탈북여성은 성매매 위험에 직접 노출되기도 했다. 11.4%(16명)가 한국으로 오기 전 제3국에서 성매매 피해를 입었다. 북한과 남한에서는 각각 5.7%(8명), 4.3%(6명)의 탈북여성이 성매매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매매에 나서진 않았지만 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성매매를 권유받은 비율도 30%(42명)나 됐다.

이처럼 성매매 피해 사례가 많은 이유는 상당수 탈북여성이 돈을 빨리 많이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많은 탈북여성이 북한에 있는 가족과 중국에 있는 자녀를 경제적으로 돕고 하루빨리 한국에서 새로운 가족을 꾸려 정착하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남한사회에서 성매매로 자리를 잡은 탈북여성들이 새로 입국한 탈북여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성매매 업자들은 탈북자들이 탈북자 인맥을 통해 주로 정보를 얻는 걸 악용하고 있다. 탈북자를 기피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도 탈북여성들을 성매매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는 큰 요인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