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녀 부양의무 강조한 법원 판결 '주목'

혼외자녀의 부양의무를 강조한 법원의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32세 여성 A씨는 2010년 동갑내기 남자친구 B씨를 만났고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만난 지 3개월 만에 A씨는 임신했다. 임신 사실을 들은 B씨가 결혼을 거부해 둘은 헤어졌다. A씨는 혼자서 딸을 낳았다. 8개월 뒤 A씨는 B씨에게 연락해 양육비를 요구했다. B씨는 "딸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과거의 양육비까지 책임질 수 없다"며 A씨의 요구를 거부했다. B씨는 '혼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는 자녀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부양의무를 지게 된다'는 1987년 대법원 판례를 참고했다.

A씨는 결국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부모의 자녀 부양 의무는 출생 시점부터 발생한다'는 1994년의 대법원 판례를 따라 자녀의 존재를 몰랐더라도 출생 시점부터 양육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B씨가 주장한 1987년의 대법원 판례는 당시 학설이나 판례에 따른 것인데 가사소송법의 제정 등에 따라 효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는 A씨에게 과거 양육비로 920만원을, 장래 양육비로 딸이 성년이 되는 날까지 매달 7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오용규 서울고등법원 공보판사는 "시대 상황의 변화나 가사소송법의 제정 등에 따라 혼인 여부에 상관없이 자녀의 과거 양육비에 대해 지급 의무를 인정한 첫 판결이다"고 말했다.

A씨 측 변호사도 "갈수록 혼인 외 출산이 늘어가는 현시대에 무책임한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번 판결의 의미를 강조했다.

아직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B씨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기 때문이다. 갈수록 미혼모가 늘고 있는데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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