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진·이철구 교수 "남성호르몬 억제 탓"

조선시대 환관이 동시대 양반들보다 최소 14년 이상 오래 살았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수명이 짧은 이유가 남성호르몬 분비 때문이라는 기존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인하대 기초의과학부 민경진 교수와 고려대 생명공학부 이철구 교수는 조선시대 환관 족보인 를 분석, 이러한 사실을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조선 내시의 수명(The Lifespan of Korean eunuch)'라는 제목으로 생명과학 학술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9월 25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이 에 기록된 16세기 중반~19세기 중반 환관 81명의 평균 수명을 분석한 결과 70세로 나타났다. 특히 환관 중 3명은 100세 이상(100세, 101세, 109세) 장수했다. 반대로 고령 신씨(1,414명)ㆍ사천 목씨(1,126명)ㆍ달성 서씨(49명) 등 3개 성씨의 양반 2,589명의 평균 수명은 51~56세로 환관 수명보다 평균 14년 이상 짧았다.

통계적으로 남성의 평균 수명은 여성보다 10% 정도 짧다.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포유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남성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원인에 대해 학자들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가설 중 하나가 바로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수명을 단축한다는 것이다.

남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거세가 동물 수명을 연장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입증됐지만, 인간의 경우 거세가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민 교수는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환관이 있었지만, 입양을 통해 대를 잇고 족보로 기록한 것은 우리나라뿐이어서 이번 연구가 가능했다"며 "중년 이후 남성호르몬 차단을 통한 항노화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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