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모기공포 왜?
모기 누적발생 수 평년보다 23%나 증가
일본뇌염·말라리아 모기 큰폭으로 늘어 방역 비상
기온상승이 주요 원인
호우 적어 산란지 '안전' 습도도 높아 생존률 향상

여름이면 앵앵거리며 귀찮게 달려드는 모기. 손바닥으로 치면 즉사할 정도로 연약하지만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 병을 퍼트려 매년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 2011'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 106개 국가에서 말라리아가 발생해 65만명이 사망했다.

최근 7월 중순이 다 되도록 모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 기관이 내놓은 자료는 정 반대다. 모기의 수는 평년보다 20% 이상 늘었다. 특히 일본뇌염을 퍼트리는 작은빨간집모기와 말라리아 모기 수 역시 크게 늘어 방역에 빨간불이 켜졌다.

1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모기의 누적발생 수는 평년(2007~2011년 평균값)보다 23.1% 증가했다. '모기의 실종'이 두드러졌던 지난해보단 123.5% 늘었다. 모기의 발생밀도는 전국 39개 축사 주변에 모기를 유인하는 전등을 1주일에 2회 켜 채집한 모기 수를 평균 내 구한다.

질병관리본부 이욱교 질병매개곤충과 보건연구사는 "모기를 채집한 장소가 축사 주변이란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올해는 기온이 높아 모기가 더 많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구상에는 약 3,500여종의 모기가 산다. 그 중 한국에 사는 모기는 56종. 모기는 알에서 부화한 유충이 번데기를 거쳐 성충으로 되는데 2주가 걸린다. 이때 기온이 높으면 모기의 생장속도가 더 빨라진다. 기온이 0.5도 오르면 모기의 수가 2배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순천향대 의대 박윤영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질병관리본부 용역과제로 수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0.5도 높아졌을 때 말라리아 환자 수는 2% 늘었다. 다행히 국내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로 사망률이 낮다. 반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발병하는 열대열 말라리아의 치사율은 꽤 높은 편. 이 병을 일으키는 말라리아 열원충 역시 기온이 높을수록 빨리 자란다. 모기 몸에서 성숙하는데 18도일 때 56일이 걸리지만 30도에선 8일이면 된다.

수컷과 암컷 모기는 꿀물이나 식물의 진액을 먹고 산다. 하지만 짝짓기 후 수컷의 정자를 수정낭에 저장한 암컷 모기는 흡혈활동에 나선다. 동물의 피 속에 든 철분 등 영양소가 알을 낳는데 필요해서다. 암컷 모기는 물이 얕게 고인 웅덩이에 수백 개의 알을 한달 동안 3~7회 나눠 산란한다.

특히 7월 둘째 주부터 시작된 장마로 물웅덩이가 많이 생기면서 모기 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모기는 5월부터 나오기 시작해 장마가 지난 7월 말부터 급증한다. 8월경 절정을 이르다가 9월부터 서서히 줄어든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집중호우가 심했던 지난해엔 알이나 유충이 떠내려가 모기의 발생 수가 예년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올해 장마엔 비가 적절히 내렸다. 비가 오면 산란 장소가 늘고, 또 습도가 올라 성충의 생존율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질병매개모기 수 역시 두드러지게 늘었다는 점이다.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 질병을 퍼트리는 전체 매개모기의 누적발생 수는 평년보다 22.1% 줄었으나 지난달 24~30일만 놓고 보면 11.2% 늘어 증가추세에 있다. 그 중 말라리아 매개모기의 누적발생 수는 평년 대비 82.6% 증가했다. 이 보건연구사는 "다른 변수도 고려해야겠지만 질병매개 모기 수가 많아지면 환자가 늘 확률도 커진다"며 "장마철 이후 모기에 대한 방역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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