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음격만곡증 주장하며 2심서 무죄 판결이 났어요. 제가 자살이라도 해야 진실이 밝혀질까요."

지난 2010년 발생한 서울대 대학원생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방송 최초로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해 사건의 전말과 재판부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억울한 심경을 눈물로 호소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10년 3월 당시 서울대 대학원 석사과정 재학 중이던 피해자 A씨는 자신의 논문을 지도하던 박사과정 선배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이어 지속적인 성희롱과 강제추행이 이어졌고, 당초 대학원 생활을 망치고 싶지 않았던 피해자는 피해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하다가 결국 고소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피고인이 연구 지도를 빌미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피고인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피해자를 학교 안팎에서 수 차례 성폭행, 추행하는 등 죄질이 중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그럼에도 범죄사실에 대해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하는 등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가했다"며 피고에게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심 판결은 정반대로 뒤집어졌다. 전 법원장 출신의 변호사가 포함된 변호인단이 구성됐고, 변호인단이 피고인의 신체 일부에 기형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재판부가 변호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건은 더욱 파장이 커졌다.

피해자는 A씨는 이날 방송 출연에서"2심에서 허위 증거를 이용해서 무죄판결이 났다"며 "이 부당함을 언론에 알려 매스컴의 힘이라도 얻어서 다시 올바르게 진행을 시켜야겠다는 마음에서 나왔다"고 심경을 밝혔다.

무죄판결의 근거가 된 '성기 기형'은 피고가 선천적으로 발기 시 성기가 왼쪽으로 60도, 아래쪽으로 30도 휘어지는 음경만곡증(페이로니씨병)이 있어 삽입 시에는 한 손 이상의 보조가 필요하고, 상대방에게 상당한 통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결정적인 증거를 왜 1심에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냐"고 강하게 반박하면서 "제가 연구실에서 목매달아 자살해 이 사건이 뉴스에라도 나오면 진실이 밝혀질까요?"라고 약자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그 긴 법정공방을 하면서 정말 산다는 게 끔찍한 순간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던 거 같다. 그렇지만 내가 최소한 살아있는 한 이 진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주변에 신상정보가 밝혀질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방송에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고발했다.

이어 피해자는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끔찍했던 상황들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성폭행 후 피고인이 방을 나가면서 '우리 무슨 일 있었냐'고 말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저주스러웠다"고 전하며 하지만 이후에도 이어지는 가해자의 성추행에 몹시 힘겨워한 과거를 고백했다.

피해자 A씨는 "예를 들면 피고인이 '딸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내 부인이 애한테만 신경이 쏠려 있어서 관계가 없다. 네가 그 정도 욕구는 해소해 줄 수 있는 거 아니냐. 맛 없게 생겼는데 의외로 맛있더라'고 말했다"면서 "같이 출장 갔다 오는 길에 모텔이 보이면 '저기 들어가자'고도 했다"고 생생히 증언했다. 또 "그 도로에서 차에서 뛰어 내릴 수도 없고, 그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경악스러웠는지 모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A씨는 "사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성폭행 신고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시겠지만 당해 본 사람이 아니라면 정말 더더욱 모른다"면서 "정말 인생을 걸고 신고를 했고 법이 공정한 절차에 의해 진실을 가려줄 거라고 철썩 같이 믿었다"며 피해자에 대한 무죄 선고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2심 증거가 된 페이로니씨 3도 수준이면 본인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고, 이미 진작에 수술을 받았거나 조치를 취했을 만큼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만약 피고인이 진짜 이 병에 걸렸었으면 다른 병원 어디에선가 치료받은 기록, 진단기록을 떼 오면 되는 것이지, 굳이 법정 과정에서 새로 신체 감정을 받아야 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재판의 부당함을 거세게 토로했다.

한편 2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판결을 내린 사법부에 분노한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는 지난달 말일 사건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한 재판진행과 가해자에 대한 신체감정을 다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제작진을 찾아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의 간절한 바람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오는 3일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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