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풍산 주민 "현장 여건 안맞는 육교설치, 예산낭비" 지적

경기도 김포 장기지구에 이어 하남 풍산택지지구에도 주변 빌라와 아파트 내부가 들여다 보일 정도의 높이에 육교가 설치되고 있어 입주 예정자들이 육교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16일 풍산택지지구 내 W빌라와 D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입주가 시작된 W빌라와 지난 3월 개교한 P초등학교 사이 왕복 4차선 도로 위로 8m 가량 되는 높이의 육교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 육교는 2003년 12월 풍산택지개발사업 교통영향평가시 경기도의 승인을 받아 한국토지공사가 설치하는 것으로 지난해 11월 공사가 시작돼 현재 90% 가까운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육교 높이가 4층 W빌라의 2-3층과 비슷해 육교에 올라가면 2-3층은 물론, 1층과 4층도 집 안 내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W빌라 101동 입주를 앞둔 최모(51) 씨는 "빌라 바로 앞에 그런 육교가 설치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육교에서 집안이 다 들여다 보이는데 어떻게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겠냐"며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가 너무 심각해 육교는 반드시 철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풍산택지지구내 D아파트, D빌라, S아파트 앞에도 W빌라의 경우와 유사한 육교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미 입주를 마친 주민과 입주 예정자들이 육교이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육교로 인한 사생활 침해가 심각하다며 토공과 경기도,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으며 분양 당시에 이 사실을 숨긴 분양회사도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검토중이다.

주민들은 또 "육교 건설계획을 알고 있었던 아파트.빌라 건설업체는 사생활 침해가 안되도록 육교 위치에 따라 동배치를 달리했어야 하며, 토공도 오래전부터 계획된 사안이더라도 주택건설 상황과 주변 여건에 맞춰 육교의 위치 등을 변경해 지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 씨는 "주변에 횡단보도가 있고 도로 폭도 넓지 않아 육교 설치가 불필요할 뿐 아니라 경사도도 높아 어린이나 노인들이 오르내리기도 쉽지 않은데 이런 불필요한 육교가 반드시 설치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사생활침해도 걱정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꼭 필요하지도 않은 육교를 지어 예산을 낭비하는 모습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공은 "교통영향 평가에 따라 육교를 짓고 있는 것이고 이미 수십억씩을 들인 육교공사가 마무리단계에 있어 철거하기가 쉽지 않다"며 "육교와 아파트.빌라 동 사이에 나무를 심는 등 여러 가지 해결방안을 주민들과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포한강신도시 장기지구내 A아파트와 B아파트 사이 왕복 4차선 도로 위에도 7-8m의 육교가 최근 설치돼 육교와 5-6m 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육교이전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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