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실천보다 값진 가르침… 8년전부터 봉사하며 두 아이 연이어 가족으로
학생들에게도 입버릇처럼 "편견없이 대해야"… 인터뷰 사절 "복지관 설립 꿈" 짧은 대답만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 선생님이 장애아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고요? 2년 동안 옆에서 함께 일해 왔지만 전혀 몰랐어요."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모 초등학교 교무실. 한 학부모의 제보를 받고 A(34ㆍ여) 교사를 만나기 위해 취재 내용을 설명하자 교무실이 크게 술렁거렸다. 교감 선생님은 물론, 동료 교사들 모두 처음 듣는 얘기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A교사가 장애아를 입양한 것은 2004년.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만난 정신지체 장애아 진우(6ㆍ가명)를 자신의 부친 밑으로 입양시킨 후 지난해 말에는 희진이(2ㆍ여ㆍ가명)까지 데려와 함께 살고 있다. 희진이 역시 정신지체 장애아다.

미혼인 A교사는 왜 장애아를, 그것도 둘씩이나 입양해 키우려 했을까.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참한 외모까지 갖춘 그가 이런 고된 길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고, 궁금증은 늘어만 갔지만 취재는 쉽지 않았다. 취재 목적을 말해도 A교사가 한사코 기자 만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장애를 앓고 있는 친척 동생을 보면서 자연스레 장애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슴에 담아왔습니다. 그래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두 아이를 만났고, 제가 가까이서 돌보면 더 나을 것 같아 (입양을) 결정했는데, 부모님도 흔쾌히 동의해 주셨습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을 통해 어렵게 이뤄진 통화였지만 그는 이렇게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두 아이를 입양할 당시 복지시설 측과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약속한데다 혹시라도 두 아이에게 상처로 남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과 학부모 등에 따르면 A교사는 2000년부터 지인들과 함께 거의 매주 장애인 복지시설 등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달래고, 놀아주는 고된 일이지만 행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단다. 진우와 희진이를 부모님의 아이로 입양해 동생이 생긴 셈이 됐지만, 자식처럼 늘 아끼고 보살핀다. 엄마나 다름 없다.

평소 그가 장애인에 대해 느끼는 마음은 애틋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장애인은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지 너희들과 다르지 않다. 그 친구들을 더 배려해주고 똑같이 대해줘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자연스레 아이들에게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사라지고 있다.

장애아 입양 사실도 아이들을 통해 조금씩 알려졌다. 장애인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 진우, 희진이 얘기가 나왔고,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이 가슴 속에 담아두었다가 방과후 집에서 얘기했던 것이다.

"선생님은 결혼도 안 했는데 장애아 2명을 입양했대요. 장애는 몸이 불편할 뿐, 우리와 다르지 않대요. 선생님이 키워보니깐 알겠대요. 그래서 장애인을 편견 없이 대해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이 더 가슴에 와 닿았어요" 아이들의 한결 같은 말이다.

그가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도 남다르다. 학부모들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스스로 깨우치고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식으로 수업을 운영해 아이들이 학교가 무척 재미있는 곳으로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3학년 학부모 대표 김명선(46ㆍ여)씨는 "A선생님의 반이었던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담임교사가 바뀌자 그 반으로 가기 위해 다른 학교로 전학 갔다 다시 오겠다고 고집을 부릴 정도로 아이들이 따른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44ㆍ여)는 "아이들에게 '아들, 딸'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고, 토요일에는 함께 간식을 만들어 먹는 걸 보면서 참 좋은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아직 미혼이라 주위의 결혼 성화도 있을 법한데, A교사는 딴 얘기만 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복지기관을 설립하는 게 꿈이에요. 장애 어린이는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지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아요. 앞으로도 입양을 계속할 생각이고 입양문화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정말 죄송하지만 학교명이나 제 이름, 사진은 제발 나가지 않게 해 주세요. 저보다 더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도 있는데…다시 한번 부탁 드려요."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도 A교사는 자신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가족들의 반대가 심해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죄송하다"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다시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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