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동 성매매여성 "단속 소용없어요"

"준비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나머지 공부까지 해야 돼요."

대전시 중구 유천동 한 유흥업소에서 근무하는 A(32.여)씨는 30일 "집창촌 단속을 하긴 하지만 업주들이 미리 알고 아가씨들을 빼돌리고 교육시킨 몇몇을 내세워 준비된 대답을 하게 한다"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애들은 업주한테 혼나고 대답을 잘하는 애들은 특공대로 불리며 업주의 신임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A씨 등 성매매여성 11명은 지난 1월 이 유흥업소를 탈출해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으며 경찰은 이날 이 유흥업소의 바지사장 정모(59)씨를 지난해 8월부터 한달 동안 성매수남 70여명과 고용한 여성들의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알선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구속했다.

현재 대전시 중구 유천동에서 유흥주점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하고 있는 업소는 69곳에 이르지만 실제 단속에 걸려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업소는 10여곳 뿐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업주들이 경찰의 단속에 대비해 성매매 여성들을 정기적으로 교육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능력있는 특공대 애들은 단속반원들의 눈도 피하지 않고 의연하게 진술할 뿐더러 불리하거나 말문이 막히는 질문이 나온다 싶으면 바쁘다고 핑계를 대는 등 철저히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숙소가 어디냐'고 물으면 '둔산동으로 출퇴근한다'고 대답하고 '월급은 얼마 받느냐'고 물으면 '150만원', '휴대전화는 없느냐'고 물으면 '전화요금이 너무 많아 해지했다'는 '모범답안'이 만들어진다.

A씨는 "지금 당장 유천동으로 가서 아가씨들에게 휴대전화를 쥐어주고 문자를 보내보라고 하면 하지 못할 것"이라며 "아가씨들은 현재 버스요금이나 지하철 요금이 얼만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들은 성매매가 이뤄지는 2평 남짓한 '타임방'이라는 공간에서 2명씩 공동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병원이나 목욕탕에 갈 때에도 감시자가 따라 붙는 등 감금생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사 도망쳐 나온다고 해도 선불금이 미끼가 되어 도리어 업주에게 고소를 당하기도 하고 도로 잡혀온 이들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섬'이나 '해외'로 보내진다.

A씨는 "업주는 우리가 얼마만큼 빚을 갚았는지, 얼마나 벌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말해주지 않고 나중에 이곳을 나가게 되면 한몫 쥐어주겠다는 말로 꼬드긴다"며 "2년동안 뼈빠지게 일했는데도 내가 갚은 선불금은 60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전여민회 성매매여성상담소 손정아 국장은 "업주들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여성단체도 믿을 곳이 못된다고 지속적으로 교육을 시킨다"며 "이곳을 벗어나도 갈 곳이 없다는 '학습된 무기력'이 성매매 여성의 탈출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라고 전했다.

손 국장은 이어 "업주들이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간판만 바꿔달면 영업이 가능하다"며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지 않는 한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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