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처 뉴욕주지사 성매매 들통 사퇴 위기… 민주당 이미지도 타격

주 검찰총장 재직시절 월스트리트의 부패 척결에 나서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엘리엇 스피처(48) 뉴욕주 주지사가 고급 매춘조직의 성매매에 연루된 것이 밝혀졌다.

주 검찰총장을 두 차례 연임한 이후 2006년 민주당 소속으로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선된 스피처 주지사는 취임 이후 줄곧 윤리개혁, 정부 부패추방을 강조하는 등 '클린'이미지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그의 성매매 사건은 보다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부인 실다와의 사이에 세 딸을 둔 아버지인 그는 성매매를 위해'엠퍼러스 클럽 VIP'라는 고급 매춘조직과 직접 전화통화를 했다가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 등의 도청에 의해 통화내용이 포착되면서 꼬리가 잡혔다.

미 수사당국의 사건 기록에 따르면 실명 대신 '9번 고객(Client 9)'으로 통했던 스피처 주지사는 2월13일 워싱턴의 메이플라워 호텔 871호에서 크리스텐이라는 콜걸과 밀회하기 위해 엠퍼러스 클럽의 알선책 루이스와 여섯 차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피처 주지사는 이 통화에서 매춘 여성의 교통비를 화대에 포함시킬지 등을 흥정했고 화대 지불이 이뤄졌는지, 매춘 여성을 어떻게 호텔방에 들어오게 할 것인지를 논의했고 크리스텐의 생김새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크리스텐이 스피처 주지사를 만난 뒤 매춘조직에 확인 전화를 한 것도 포착됐다. 구체적인 횟수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스피처 주지사는 이전에도 매춘조직을 지속적으로 이용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미 상류층 인사들의 양면성과 도덕적 타락이 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스피처 주지사에 대한 당국의 수사는 당초 성매매 혐의가 아니라 유령회사와의 불투명한 돈거래가 국세청의 조사망에 걸려들면서 시작됐다. 국세청은 처음엔 스피처 주지사와 'QAT 컨설팅'사 사이에 이뤄진 현금 거래를 뇌물 등 정치 비리, 또는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FBI및 뉴욕주 연방 검사와 공조 수사를 했다.

스피처 주지사가 워낙 거물급이라 수사에는 법무장관의 승인도 필요했다. 그러다 곧 이 유령회사가 '화대 거래'를 은폐하기 위해 조작된 회사임이 밝혀졌고 수사 당국은 매춘조직 내 내부 정보원의 도움으로 법원으로부터 도청을 허가 받아 매춘조직과 스피처 주지사를 비롯한 고객들과의 통화 내용을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의 '엠퍼러스클럽 VIP'는 50여명의 매춘 여성을 뉴욕과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런던, 파리 등에서 부유층 인사들과 만날 수 있게 주선해왔고 가장 비싼 매춘 여성의 화대는 시간당 5,500달러에 달했다.

스피처 주지사는 자신의 혐의 사실을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하자 부인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가정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행동을 해왔다"며 "나의 가정과 내가 좀 더 잘하겠다고 약속했던 대중들에게 사과한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스피처 주지사는 이 자리에서 사퇴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측근들은 스피처 주지사가 사퇴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피처 주지사는 주 검찰총장 시절 금융기록 조작 의혹을 제기해 모리스 그린버그를 AIG 회장에서 물러나게 했으며 리처드 스트롱에게는 회장 퇴임과 6,000만달러 배상, 평생 주식거래 금지 처분을 부과하는 등 월스트리트 거부와 최고경영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는 뉴욕의 고급 매춘조직을 운영한 16명을 체포, 기소하는 등 최소 2차례 매춘조직 단속에도 나섰고 검찰총장 재직 당시 '올해의 개혁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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