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인스타그램에는 왜 부부싸움 이야기가 없는 걸까? 나만 속이 좁아서 이렇게 힘든 걸까? 남편의 이불 뒤척이는 소리가 싫은 건 나뿐일까?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 결혼이 더 피곤할 줄이야.

분명 행복한데, 자꾸만 서럽다. 가슴이 답답해 거액의 심장 초음파 검사까지 받았지만 “살쪄서 그렇다”라는 답변만 듣고 온 어느 날.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아 깜빡이는 커서에 살풀이하듯 마음을 담아냈다. 택배 박스 뜯다가 가출하고, 바지락 된장찌개 때문에 폭풍 오열한 날들. 너무나 사소해 어디 가서 말도 못 했던 이야기들. 12평 아파트에서 열심히도 지지고 볶은 순간들….

마인드빌딩에서 출간한 김수정 작가의 신간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가 21일 출간된다.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는 10년 가까이 영화 담당 기자로 글을 쓰다가 지금은 프리랜서 예능 홍보인, 칼럼니스트로 고군분투 중인 김수정 작가의 신작으로 인스타그램에는 못 올리는 신혼 부부만의 진짜 속사정을 담았다.

저자가 펼쳐내는 결혼 앞에서는 행복도 슬픔도 분노도 즐거움도 모두 곱절이 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 만만치 않은 신혼생활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일지도 모른다. 신혼인, 예비 신혼인, 신혼 졸업자는 물론, 데이트가 지겨워진 커플,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들, 혹은 결혼에 뜻은 없지만 모호한 관계 속에서 외로워하는 이들 모두에게 담백한 위로가 되어줄 에세이다.

김 작가는 "결혼을 후회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뭐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결혼이라고 답할 것이다. 남편이 싫은 건 더더욱 아니다. 싫기는 커녕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사랑스러운 존재는 배우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마음 깊은 곳에서 자꾸만 날 찔러대는 이 찝찝함의 정체는 무엇일까"라며 행복한 결혼 생활 가운데 문득 떠오르는 외로움의 정체를 스스로 묻는다.

작가는 스스로 의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간 과정에 대해 "이 책은 스스로 던진 물음표를 좇는 과정을 담았다. 택배 뜯다가 가출하고, 싱크대 앞에서 친정엄마가 떠올라 대성통곡했던 나날들. 어떤 날은 눈만 마주쳐도 좋은 남편이 왜 어떤 날은 김치 씹는 소리조차 싫은지, 깨소금 향기가 폴폴 나도 모자랄 신혼생활에 이따금 밥 타는 냄새 같은 순간이 들이닥칠 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혼하고 나서야 알게 된 마음들을 고스란히 나눠보고자 한다"며 책을 쓰게 된 계기와 이유들에 대해 설명했다.

'에필로그:나를 감당하는 일' 편에서는 신혼 생활의 과정 속에서 자신에 대한 이해 또한 깊어졌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김 작가는 “결국 ‘나에 대한 이해’의 문제였다. 내가 어떤 말에 발끈하고, 어떤 상황에 나사가 풀리는지. 날 못 견디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결혼하고 나서 확실히 알게 됐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나니, 더는 남편에게 이해받고 싶어 안달 나지 않았다. 날 좀 이해해달라고 아우성치는 대신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 덕분에 나를 감당하는 일이 쉬워졌다. 더는 내가 못 견디는 일 앞에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의 다름이 언제고 ‘조율 가능한 일’, 혹은 ‘변화 가능한 일’로 분류될 것을 알기에. 나의 예민함이 곧 무뎌질 걸 알기에.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저 우리라는 트랙을 신나게 달리면 되기에. 그렇게 무아지경 땀을 빼고 나면, 나를 감당하는 일은 한 뼘 더 쉬어질 걸 알기에”라고 전한다.

결국 그가 결혼에 대해 깨달은 새로운 사실 한 가지는 '결혼은 배우자가 아닌 나를 감당하는 일'이라는 대목도 결혼을 앞뒀거나 혹은 깨가 쏟아지는 달콤한 신혼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눈여겨 봐야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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