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남궁휘 기자] 아버지를 닮고 싶은 아들의 한의학 여정을 그린 가족 에세이 ‘살구나무 아래에서’(도서출판 산지)가 나왔다.

저자인 전재규 작가는 1975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따라 한의사의 길로 들어섰다. 한의원을 개원한 저자는 환자와 소통하고 치유하는 일상을 살면서 생전의 아버지와 공유했던 가슴 절절한 에피소드와 함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따뜻하게 적어내고 있다.

“아버지는 원칙을 고수하는 고지식한 분이셨어요. 그 많은 약재를 직접 기르고 손질하셨죠. 늦은 밤까지 처방을 고심하고, 묵묵히 약을 조제하고 탕전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의사의 꿈을 키우게 된 거 같아요.”

저자에게 아버지는 혈육을 넘어 스승이었다. 아버지는 한의학의 정신과 지식을 아들에게 남김없이 물려주고자 했다. 암이 발견되고 투병 중에서도 아들과 처방논쟁을 벌이며 한의학 지식을 전수하고자 힘썼다.

작가는 “오직 환자가 낫는 것만을 생각하라”는 아버지의 호통이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병원에서 치료하지 못했던 친구 아버지를 정확한 처방으로 낫게 한 사건을 자랑하고픈 아들에게 오히려 놓친 부분을 지적하는 아버지였다. “환자를 대할 때는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오직 환자를 낫게 하는 일에만 집중하라”는 가르침이 칭찬에 앞서 나왔다.

살구나무는 명의를 상징한다. 병을 고치면 치료비로 살구나무를 받아 주변 산을 가득 채웠던 중국 삼국시대의 동봉이라는 의사로 인해 전래됐다. 저자에게 살구나무였던 아버지와 이제는 스스로 살구나무로 서 있는 아들의 의술 동행에 관한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특히 아버지는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에도 아들에게 자신의 맥을 잡아보게 한다. 아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사맥을 알게 하려는 것이었다. 죽음을 넘어서는 아버지의 감동적인 사랑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족 에세이다. 지은이 전재규/도서출판 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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