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뉴욕, 함부르크, 중국은 스타인웨이 피아노 3대 글로벌 시장으로 통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뉴욕과 함부르크가 스타인웨이의 최대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을 최우선으로 꼽을 만큼 고급 피아노 시장의 최대 시장이 됐다.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는 현재 중국 내 고급 피아노 점유율 1위이며 스타인웨이 연간 생산 대수의 30% 이상이 중국에서 소비될 정도로 큰 시장이다. 상하이와 베이징 등 스타인웨이 중국에 근무하는 직원은 45명인데, 이 정도의 인원으로 ‘글로벌 톱’을 달린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

18일(목) 서초동 코스모스악기(대표 민관기) 사옥내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하이레졸루션 플레이 피아노인 스타인웨이 스피리오r 론칭 행사를 위해 웨이웨이(Wei Wei, 41) 스타인웨이 아시아태평양 사장이 내한했다.

스타인웨이 아시아태평양 사장이란 직함은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등등 여러 나라까지 총괄하는 명실공히 막강한 영향력의 위치로 웨이웨이는 지난 2017년 선임됐다.

하이엔드 브랜드 B사의 시계를 착용하고 단아하고 세련된 패션으로 입국한 웨이웨이 사장은 유쾌한 성격과 몸에 익은 좋은 매너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웨이웨이 사장은 30대 후반의 나이로 세계 최고 피아노 브랜드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보스가 됐을 만큼 업계에선 알아주는 실력자다.웨이웨이가 스타인웨이와 인연을 맺게 된 지도 올해로 벌써 17년째가 됐다. 스타인웨이 독일 함부르크 본사에서 스타인웨이 중국 베이징 사무소를 오픈할 예정이라 영어와 독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줄 하는 현지인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웨이웨이는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이었다. 그 자신도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전공)과 영어학(부전공)을 공부했다.

웨이웨이 사장이 베이징 스타인웨이 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초창기만 해도 중국 내 피아노 인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겨우 9개의 학교와 몇몇 콘서트홀 정도가 스타인웨이의 고객일 정도였고 개인 구매자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었다. 하지만 중국 경제 전반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피아노 인구도 함께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7년 스타인웨이 아시아태평양 사장으로 선임된 웨이웨이는 ‘프라이빗’ 즉 경제력 좋은 개인 고객을 특히 주목하고 마케팅을 펼쳐 나갔다. 이미 중국에선 학교-공연장-교육기관 등등 기관의 피아노 수요는 일정하게 있던 터라 새로운 소비층 유입에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한 것. 사장으로 부임하기 직전인 3년 전 즈음부터 개인 고객층을 넓혀 나가기 시작했고 그녀의 노력 덕분에 이들 ‘프라이빗’ 고객들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늘어갔다.

“현재 중국의 피아노 인구는 대략 3000만 명인데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개인 고객들 역시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웨이웨이 사장은 대중들의 스타인웨이에 대한 인식을 좀더 친숙하게 하고자 다양한 시도들을 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플래그십 매장을 통한 ‘문턱 낮추기’였다. 웨이웨이는 2017년 도쿄 플래그십 매장 및 2018년 베이징 플래그십 등 3개의 스토어를 오픈, 일반인들이 방문해 스타인웨이를 직접 쳐보고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개인 고객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 것도 이러한 시도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기 때문.

2018년에 오픈식을 한 스타인웨이 상하이 본사 건물은 스타인웨이 모델 D 콘서트 그랜드의 우아한 곡선미의 형상과 피아노 건반 등을 따라 디자인 설계했는데 이러한 예술적 조형미로 인해 중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스피리오r 론칭 행사장에서 담소 중인 웨이웨이 스타인웨이 아시아태평양 사장
“독일의 건축가 Mr. Hermann에 의해 설계된 이 건물은 멋진 외형 때문에도 인기지만 그동안 피아니스트 랑랑 등 유명 셀럽들을 초대해 다양한 행사들을 하며 스타인웨이를 다각적으로 알리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어요.”

웨이웨이 사장은 스피리오r에 대한 기대가 대단하다.

“스타인웨이 스피리오는 전통(Tradition)과 혁신(Innovation)의 완벽한 결합으로, 녹음과 편집 기능이 추가된 스피리오r은 그 장점이 한둘이 아니죠. MR이 기계적 한계가 있는 반면 스피리오r은 연습에 제한이 없고 아이패드와 함께 한다면 그 재미는 정말 연주와 교육적 측면 및 그 외 여러 차원에서 놀라울 만큼 다채롭게 기능합니다.” 흔히들 시계는 롤렉스, 피아노는 스타인웨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제 스타인웨이는 일종의 피아노의 규준이 됐다. 오차 없는 정밀하고 높은 완성도의 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선 그만큼 제작 공정 전반도 까다롭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자칫 조직문화가 경직될 수도 있을 터. 더욱이 스타인웨이는 제조공장이 함부르크와 뉴욕 단 두 곳 뿐이다. 롤렉스가 그렇듯 스타인웨이도 기업문화가 다소 보수적, 폐쇄적이지 않을까 궁금했다.

“서비스가 아닌 제조 중심의 기업이다보니 물론 어느정도 전통적·보수적(Traditional)인 부분도 있지만 그와 함께 스타인웨이가 지향하는 혁신과 개방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이 양자를 접목하고 있는 문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생각하는 만큼 경직된 기업문화는 결코 아니에요.”

“스타인웨이는 그간 타 명품 브랜드와 콜라보도 해오고 있으며 2~3년전 프랑스의 크리스털 명가 라리끄(Lalique)와의 협업은 특히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스타인웨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사장은 과연 랑랑 등등 중국 출신의 명 피아니스트들 가운데 누구를 스타인웨이가 지향하는 소리에 가장 근접한 연주를 한다고 평가할까?

“유명 연주자들은 각각 그들이 지닌 개성이 너무 다르고 스타인웨이 역시 특정 소리를 내는 악기라고 규정해 제작하지 않습니다. 글쎄요. 일종의 물과 같다고 할까요. 물은 그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느 컵에 담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듯 명 연주자들 역시 스타인웨이라는 거울 또는 물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담아 자신만의 세계를 표출한다고 봅니다.”

우연일까? 이 대답은 몇 개월전 내한했던 스타인웨이 콘서트&아티스트 부문 책임자 게릿 글라너(Gerrit Glaner)가 기자에게 답했던 내용과 너무 똑같아서 놀랐다. 그만큼 스타인웨이는 각 연주자의 상상력과 개성을 가장 자유롭게 반영해주는 명기라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웨이웨이 사장은 살인적으로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15년째 요가를 하며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

한국의 피아니스트들이 각종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주목받는 등 피아노 강국으로 떠오르며 웨이웨이 사장 역시 한국의 피아니스트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조성진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또한 BTS(방탄소년단)의 팬일 정도로 K팝에 대한 열정도 특별하다. 그리고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감동적으로 봤고 이외에도 여러 한국 대중문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을 만큼 한국을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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