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을 방문하면 꼭 한 번쯤 들러야 하는 명소인 미쉐린 가이드(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정보 안내서) 스타 레스토랑인 ‘더 모던(the Modern), 장 조지(Jean-Georges), 아쿠아 빗(Aquavit)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스타지를 하며 페이스트리 셰프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손경선 셰프'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미국 CIA (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Baking and Pastry Art (AOS) 졸업 후, 뉴욕 그래머시 터번(Gramercy Tavern , Michellin 1 스타)에서 인턴으로 시작해 영어권 출신 요리사들과 경쟁해 외국인 최초로 페이스트리 슈퍼바이저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가 주목받는 건 화려한 커리어뿐만 아니라, 늘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다양한 포지션을 거쳐 활동하면서 지금도 끝없이 연구를 하고 있다는 그녀를 만나봤다.

▲ 그간 다양한 포지션을 거친 손경선 셰프를 만나서 영광이다. 본격적으로 베이킹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하게 됐다. 계속 베이킹을 할수록 같은 레시피도 온도 습도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 또는 어느 제품에 따라 달라지는 물리적 요인 등에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 더 알고 싶은 궁금증이 생겨서 관심을 갖게 됐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제과 제빵 국가 자격증을 준비하게 되었고, 비록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베이킹도 창작이며 예술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후 싶어 전문가가 되는 여러 교육기관을 찾던 중 세계의 중심 뉴욕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선택해 유학을 결정하게 됐다.

▲ 안정적인 직장에서 근무한 걸로 알고 있다. 셰프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떠했나?

미국으로 유학 가는데 전공이 제과제빵이라는 것에 주변 사람들이 많이 놀라긴 했다. 그러나 가족들이 가장 많이 내 꿈을 믿어줬고, 친구들도 이때도 늦지 않았다는 확신을 줘서 스스로 더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늘 편했던 것은 아니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어 마음은 늘 행복했다.

▲영어권 출신 요리사들과 경쟁하면서 외국인 최초로 페이스트리 슈퍼바이저가 되기까지 힘들었던 점?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했기 때문에 언어가 제일 어려웠다. 주방은 굉장히 위험에 노출된 곳인데 급박한 상황에서는 영어로 대화가 안되니까 소리를 먼저 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부터는 실력만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에 더 독하게 일을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요리 자체를 선보이기보다는 모든 일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머시 터번 근무를 계기로 요리 외적인 것들도 관리, 파악할 수 있었다.

▲ 페이스트리 셰프로 인정받기 위해 미세린 가이드 스타 레스토랑에서 스타지로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스타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특별한 계기가 있나?

디저트가 하나의 예술로 서비스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고, 가장 가까이서 서비스를 체험하는 방법이 스타 지를 다니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결심이 서고 나서는 100군데 정도 이력서를 넣어 본 것 같다(웃음). 결과적으로 주방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실무적으로 많은 것을 얻게 된 계기였다.

더 모던(the Modern)에서 스타 지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뉴욕 페이스트리 키친 사이에서 유명한 곳으로 김지호 셰프가 폐이스트리 총괄 셰프를 맡고 있는 곳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가장 바쁜 연말 시즌에 일을 하게 됐고, 이후 셰프에게 피드백을 듣게 됐다. 나 스스로를 되돌아봤을 때는 쉼 없이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쉬지 말고 뭐라도 계속해야지”라는 말을 듣고 나를 조금 더 되돌아보게 됐다. 생각해보니 내 기준에서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자신감을 갖되 자만하지 말고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페이스트리 셰프로 커리어를 쌓기까지 힘든 여정이었을 것 같다. 뉴욕에서 어떤 목표를 갖고 노력해왔나?

그래머시 터번 페이스트리 셰프 미로(Miro Uskokovic)를 만났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인턴 생활 이후 CIA에 나에 대한 코멘트를 "If I could give sunny 110%, I would"라고 적었으며, 항목마다 10점 만점을 줬다. 이때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이 뜻깊은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때 목표로 삼은 것이 "누군가 나를 먼저 찾아주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위해 쉼 없이 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크로넛으로 유명한 도미니크 안센과 마스터 카드가 주최한 “Midnight in Paris”에 초청되어 셰프 미로 지휘 아래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였다. 특히 주로 핑거푸드, 쁘띠뽀 등 제공. 파티 형식이라 서서 돌아다니면서 유명한 셰프들, 요리 관련 업계 종사자들, 매스컴에서 주목하는 행사라 더욱 긴장이 되었다. 이외에도 미슐랭가이드 뉴욕 발표,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Kick-off, Gramercy Tavern Sweet&Sips 등 각종 이벤트를 맡으며 실력을 쌓았다.

▲셰프로서 최종 목표와 지향점, 가치관은 어떻게 되나?

사실 아직까지 비즈니스로 성공해야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는 정하지 않았다(웃음). 그저 오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내가 맡은 일에서만큼은 모두에게 인정받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모두의 입맛을 맞출 수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해 만드는 것처럼 음식에도 정성과 마음을 쏟는 셰프로 인정받고 싶다. 이를 이루기 위해 더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셰프를 도전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나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책임감, 성실함으로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요리만 잘한다고 셰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화려해 보이는 직업일 수도 있지만 내가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육체적으로도 고된 직업이라 지칠 때가 많다. 또, 스스로 더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되므로 끝없는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말 보람찬 일들이 많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큰 보람 감을 느낄 수 있다. "어디서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묵묵히 나 자신은 단련하다 보면 좋은 기회는 늘 찾아온다"라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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