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그레인저 헤어 IWC CEO [사진=크리스토프 그레인저 인스타그램]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세계의 시계산업을 이끄는 럭셔리 워치 수장(CEO)들의 연령대가 30~40대로 젊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젊은 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계 브랜드 CEO 중 가장 파격적인 발탁은 IWC의 크리스토프 그레인저 헤어(Christoph Grainger-Herr)다. 그는 2017년에 불과 38세의 나이로 IWC CEO에 선임돼 화제를 모았다. 이것은 지난 2002년 36세의 나이로 리치몬트 사상 최연소 수장이란 기록을 세우며 IWC CEO로 선임된 조지 컨의 기록엔 못미치지만 현재와 같은 격변하는 시계환경에선 가히 놀라운 일이다.

건축학을 전공한 크리스토프 그레인저 헤어는 여타 시계수장들과는 달리 인스타그램 등 SNS 활동도 활발하게 하며 시대적 트렌드를 잘 따르고 있다. IWC 빅파일럿 사파리(티타늄) 모델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며 홍보할 만큼 온라인 시대에 적극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활발한 SNS 활동 덕분에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만6000명을 넘어섰다. 아예 SNS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가끔씩 포스팅을 하는 다른 시계 수장들의 팔로워가 수백에서 수천 정도임을 본다면 크리스토프의 이 수치는 가히 돋보이는 것이다.

2017년 4월부터 바쉐론 콘스탄틴 CEO가 된 루이 펠라(Louis Ferla)도 당시 42세였다. 프랑스 리옹 상대와 국립 타이완대를 졸업한 그는 2001년 리치몬트 그룹에 입사했다. 루이 펠라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까르띠에를 담당했으며 2012년부터 15년까지 까르띠에 차이나 CEO를 역임했다. 그리곤 바쉐론콘스탄틴에 합류해 세일즈&마케팅 매니징 디렉터에서 CEO가 된 것이다.

41세의 나이로 2018년 보메 메르시에 CEO가 된 조프루아 르페브르(Geoffroy Lefebvre)도 글로벌 시계업계의 대표적인 젊은 피다. 맥킨지&컴퍼니에서 전략 오퍼레이션과 테크놀로지 컨설팅을 맡다가 2011년 리치몬트에 합류한 조프루아 르페브르는 바쉐론콘스탄틴과 예거 르쿨트르 등을 거친 바 있다. 그러나 르페브르는 40대 초반의 글로벌 워치 CEO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 4월1일 데이빗 쇼메가 보메 메르시에의 새 CEO로 선임되며 약 1년간의 시계수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루이 펠라(오른쪽) 바쉐론콘스탄틴 CEO [사진제공=바쉐론콘스탄틴]
캐서린 르니에르(Catherine Renier)는 2017년 42세의 나이로 예거 르쿨트르 CEO로 임명됐다. 셰비 누리(피아제 CEO)에 이은 리치몬트 그룹의 두번째 여성 수장이자 예거 르쿨트르 첫 CEO다. 보스톤 대학 졸업후 99년 리치몬트(까르띠에)에 입사했고 2003년 반클리프 아펠로 옮겨 아태평양 지부장으로 있다가 예거 르쿨트르 수장이 된 것.

패트릭 프루니오(Patrick Pruniaux)는 2017년 45세때 케링(Kering) 그룹 산하의 율리스 나르덴 CEO가 됐다. 지난 97년 다국적 주류회사 디아지오에 입사한 그는 이어 LVMH 그룹으로 옮기며 럭셔리 워치 산업과 인연을 맺는다. 태그호이어(2005년)에 이어 2014년 애플(Apple)에 스카웃돼 애플 스마트워치 개발을 주도했고 2017년 율리스나르덴 수장이 된 것이다.

셰비 누리(Chabi Nouri)는 43세의 나이로 2017년 피아제 CEO에 선임됐는데 이것은 리치몬트 그룹 사상 첫 여성 CEO의 탄생이자 피아제 최초의 CEO이기도 하다. 스위스에서 태어난 셰비 누리는 93~98년까지 스위스 푸리부르(Fribourg) 대학(경제학 석사)에서 수학했다. 졸업과 동시에 98년 까르띠에 프로덕트 매니저로 리치몬트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스위스 마케팅 세일즈 디렉터로도 일하다가 2014년 피아제에 합류해 세일즈&마케팅 인터내셔널 매니징 디렉터로 두각을 보였다. 그리고 불과 3년후 피아제 수장이 된 것.

줄리앙 토나레(Julien Tornare)는 2017년 제니스(Zenith) CEO로 선임됐다. 그의 나이 45세였다. 제네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2000년 바쉐론콘스탄틴에 입사해 바쉐론콘스탄틴 아태평양 매니징 디렉터로 역량을 발휘했고 이어 수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레이날드 애슐리만(Raynald Aeschlimann) 오메가 CEO도 2016년 46세의 나이로 사장 겸 CEO가 됐다. 스위스의 명문 새인트 갤런(St.Gallen) 대학(HSG)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96년부터 스와치 그룹에서 세일즈&마케팅 프로덕트 매니저로 명성을 쌓았다. 애슐리만 임명은, 지난 99년부터 16년 넘게 오메가를 이끌며 코엑시얼 무브먼트를 비롯한 여러 변화를 브랜드에 가져와 그 위상을 높인 스티븐 우콰드(Stephen Urquhart)가 70세의 고령으로 은퇴함에 따른 젊은 피의 수혈이었다.

장 프레데릭 뒤포(Jean Frederic Dufour)가 롤렉스 CEO가 된 것도 2015년, 그의 나이 46세때다. 'Ecole normale Superieure'와 HEC 파리, 제네바 대학 등을 졸업한 그는 시계업계의 전설 장 클로드 비버와 함께 블랑팡에서 일했다. 이어 쇼파드, 율리스 나르덴, 제니스 등을 거쳤다.

몽블랑 수장 니콜라 바레츠키(Nicolas Baretzki)가 몽블랑 인터내셔널 CEO로 임명된 때도 2017년, 당시 그의 나이 47세였다. 프랑스 경영대학원 EDHEC 졸업후 94년 까르띠에 마케팅을 시작으로 2002년 예거 르쿨트르 인터내셔널 세일즈 부문장, 2013년 몽블랑 세일즈 부사장을 거쳐 2017년 CEO로 임명됐다.

티에리 스턴(Thierry Stern)이 아버지 필립 스턴에 이어 파텍필립 수장이 된 것도 그의 나이 39세가 되던 2009년이다. 제네바 비즈니스 스쿨에 이어 제네바 시계학교(ecole d'Horlogerie de Geneva)를 졸업한 티에리 스턴은 2006년 파텍필립 부사장에 이어 3년후인 2009년 8월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처럼 글로벌 시계 브랜드를 이끄는 최고 경영자들의 연령대가 갈수록 젊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난 1988년부터 론진을 이끌고 있는 월터 본 캐널(78) CEO 등 몇몇 예외가 있긴 하지만.

인터넷을 비롯한 급격한 시장 변화로 세계 시계산업을 이끌고 있는 스위스 럭셔리 브랜드들은 과감한 변화를 모색 중이다.

제니스는 온라인 마케팅 확대에 나섰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주 고객층인 피아제는, 선물용이나 또다른 자기표현으로서의 시계 소비, 즉 다른 방식으로 특별한 상황에서 착용할 수 있는 시계 마케팅 공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럭셔리 워치는 보다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화적 접근이 대표적인 예다. 피아제는 145년 역사의 브랜드 히스토리를 담은 영화 제작에 들어갔고, TV나 온라인 광고에 무심하던 롤렉스는 해저에서 산악, 카레이싱 등등 각종 한계에 도전해 오고 있는 자사의 컬렉션을 스토리로 담아 광고영상으로 제작해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 젊은 소비자에겐 가격도 중요하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2018년 1000만원대의 피프티식스(Fifty six) 컬렉션을 선보였고, 예거 르쿨트르는 68년 모델에 기반한 예거 르쿨트르(JLC) 폴라리스 워치를 6000~1만불대의 가격으로 출시했다.

쌍방향, 즉 SNS 시대에서 경영 전반과 소비자에 대응하는 마케팅 방식의 변화로 인해, 앞으로도 보다 젊은 CEO들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리라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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