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정콜렉션 매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문정 대표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용정콜렉션은 시계애호가, 특히 빈티지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이름이다.

빈티지에서 최근 모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계를 취급하는 용정콜렉션은 지난 1965년에 오픈해 이제 54년째로 접어 들었다. 이 정도 세월 동안 시계에 천착해 왔으니 그 깊이와 전문성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용정콜렉션의 김희웅 창업자는 빈티지 시계는 물론 중국 도자기 분야의 권위자로 미술협회 외국유물 감정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서울 인사동에 용정콜렉션을 처음 오픈하며 지속적으로 그 권위를 유지해 올 수 있던 것도 창업자의 이러한 면모가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용정콜렉션이라는 상호명도 창업자의 고미술품에 대한 애정을 잘 반영한 것.

김희웅 대표 별세 이후 현재, 딸인 김문정(48) 씨가 가업을 이어받아 운영 중이다.

필립 문페이즈 크로노그래프 빈티지
김문정 대표는 원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디자이너를 꿈꿨다. 그래서 일본으로 유학(의상학)가 장학금을 받으며 장래 촉망받던 재원이었다. 그러나 졸업과 더불어 현지 취업해 일하던 98년의 어느날 아버지가 폐암 말기라 위독하다는 충격적인 비보를 접하고 모든 걸 때려치우고 귀국했다.

가업을 잇길 원하던 부친 뜻에 따라 김문정 대표는 부친 사망 6개월 전부터 용정콜렉션에 출근하며 일을 배워갔다. 아버지가 33년을 했고 이어서 딸이 21년째 운영하는, 국내에선 흔치않은 시계 가업의 전통은 이렇게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용정콜렉션은 김민정 대표를 비롯해 오버홀등 시계 관리/수리를 맡고 있는 엔지니어 3명, 고객 상담 등을 맡은 스텝 2명이 근무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모두 시계 수리 경력 4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다. 단일 매장 내 자체 수리 및 감정 등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것이다.

"고미술 등 예술/문화의 향기가 물씬 풍기던 인사동이 어느때 부터 시장통처럼 변해갔고 이러한 분위기에 환멸이 들기 시작했어요. 여기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사동 월세도 부담이 됐구요."

이렇게해서 용정콜렉션은 52년간의 인사동 시대를 마감하고 2017년 강남 역삼동 르 메르디앙 호텔 1층에 새 매장을 열었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구입한 황실용 피아제 시계
강남으로 왔어도 고객들은 지속적으로 매장을 찾았고 꾸준히 새 고객층도 형성될만큼 반응이 나쁘진 않다.

"인사동 시절엔 시계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들이 근처를 오가다 불쑥 들어와 엉뚱한 것들을 물어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말 시계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주로 찾고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인사동 때엔 건물 편의시설도 불편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죠."

강남으로 이전하며 처음으로 인스타그램 등 SNS 홍보도 시작했다.

10평 규모의 매장이지만 다양한 가격대의 시계 300여점이 진열돼 있다.

김문정 대표는 그간 전 세계를 돌며 다양한 시계들을 수집해 왔고 이제 1000점이 넘는 컬렉션 규모를 자랑한다. 그 많은 컬렉션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모델이 있다면?

78년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청와대 집무실에 있던 벽시계
"제가 20살 성인이 되던 해를 축하해 주기 위해 아버지가 선물한 62년 롤렉스 빈티지가 먼저 떠오르네요. 그리고 '필립 크로노그래프 문페이즈',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구매한 황실용 피아제, 박정희 전 대통령의 78년 청와대 집무실 벽시계 등 너무 많아요."

그럼에도 시계 수집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식을줄 모른다. 100만원을 벌면 시계 사는데 500만원을 쓸 정도로 언제나 지출이 수입을 오버할 정도다. 그래서 남편한테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핀잔을 자주 듣는다고.

"빈티지 시계시장은 날이 갈수록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새 브랜드 시계들의 가격이 높다보니 차라리 그보다 싼 가격에 내 손목에서만 볼 수 있는 나만의 시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거죠. 예전엔 50대 연령층 이상이 빈티지 시계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30대 초중반이 주 고객층일 만큼 젊은층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빈티지 시계 구입시 특히 몇가지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들어 무브먼트는 70년대인데 케이스는 90년대로 포장되어 팔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빈티지 시계일수록 믿을만한 곳에서 구매하는게 중요합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인터넷 시대에 부응하고자 웹사이트를 리뉴얼 중인데, 오는 5월말 오픈 예정이다.

한편, 김문정 대표는 그간의 시계 경험을 살려 손목시계, 회중시계, 탁상시계 등등 여러 종류의 빈티지부터 그외 다양한 시계 모델들과 단종된 색다른 제품들, 그리고 모 대기업을 비롯한 여러 단골들 관련 '시계 에피소드'들을 정리해 올해 안에 단행본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그래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출판사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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