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탐정' SNS 캡처
[스포츠한국 서지연 기자] 최근 남편이나 남자친구의 유흥업소 출입 기록을 확인해주는 사이트인 일명 ‘유흥탐정’이 경찰에 적발돼 화제다.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추적하는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의 영역이 오프라인을 넘어 인터넷까지 확장됐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러나 이 불법 사이트에 ‘유흥탐정’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에 난색을 표시하는 사람이 있다. 지난 8월 출범한 대한민간조사업협회의 강지형 회장이다.

강 회장은 “‘유흥탐정’은 이름만 ‘탐정’이라고 했을 뿐 진정한 의미의 탐정이 아니다. 오히려 불법 심부름센터나 불법정보 조회 브로커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서 그는 “기본 법률적인 지식도 없이 범죄불감증에 걸린 정신질환 환자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로지 돈벌이를 위해 공개적으로 3만원에 개인의 정보를 판매했는데 어떻게 탐정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이번에 적발된 유흥탐정은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불과 13일간 운영했는데도 개인 정보를 의뢰한 회원이 800여명에 이르고 총 회비가 3000만원이 넘을 정도로 ‘호황’을 누린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그가 말하는 ‘탐정’은 무엇일까.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탐정이라면 모름지기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려낼 줄 알아야하고 윤리의식이 철저해야 합니다. 어떤 사건에 있어서 치밀한 분석 능력과 대한민국 법의 사각지대에서 공권력이 해결해줄 수 없는 일들,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한 일들을 해야 민간조사원, 탐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엄격한 의미의 ‘탐정’은 오래 전부터 우리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금융정보 영역을 제외한 민간영역의 뒷조사는 아직까지 불법이지만 그렇다고 제재하지도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탐정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허용하고 있을 정도로 일상생활에 깊숙이 관여를 하고 있다. 미국은 3만5000여명의 사립탐정이 활동하고 있고, 영국에는 1만여명의 탐정과 500여개의 민간조사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도 1998년 16대 국회에서 처음 논의된 뒤 20대 국회까지 매번 관련 법안 발의하고 있고, 현재 공인탐정법 제정안과 공인탐정 및 공인탐정업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머잖아 합법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강지형 회장은 “지난 역사를 되짚어 보면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국가가 개입해 제재할 법적 기준은 마련됐지만 결과는 딴판으로 드러났다. 보다 더 음성적 성매매로 진화했고, 그 결과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국가가 아닌 민간에서 이 같은 부작용을 막을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 윤리의식 없는 조사업체가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규모만 보면 지난 2015년 2월 간통죄 폐지가 오히려 조사업체의 창업을 부추기는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2016년 현재 전국적으로 4000여개에 이를 정도로 큰 경제 집단으로 성장했다.

강지형 회장은 “날로 새로워지는 범죄에 국민들은 노출돼있지만 건전하고 깨끗한, 양심적인 민간조사업체들은 많지 않다.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민간조사업협회’를 설립하게 됐다”고 협회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건전하고 양심적인 민간조사업체를 판별, 불법흥신소 또는 불법심부름센터와 같은 음성적·불법적 민간조사업체들을 뿌리 뽑는데도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민간조사사들은 관련 단체가 발행하는 형식적인 자격증만 취득하면 된다. 전문교육을 받지 못한 탓에 일처리가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의뢰인과의 크고 작은 갈등소지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강지형 회장은 불법 조사업체들로 인한 소비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임대차계약서나 사업자등록증 유무, 조사시장에서의 평판 등 여러 가지 평가기준을 통과해야만 협회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매년 두 차례 협회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강 회장은 “현재 민간조사협회에서 하는 교육은 실무적이지 않아 협회 수료증을 발급해주는 아카데미를 설립할 계획이다. 여기에서 민간조사 교육을 할 것이다. 아울러 국가보조금 신청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전하고 깨끗한 조사시장을 만들겠다는 그의 꿈이 얼마나 실현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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