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바젤월드'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매년 3월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바젤월드(Baselworld)는 1917년부터 시작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보석/시계 박람회다. 그간 바젤월드는 매년 1300~1500여 브랜드가 참여하며 호황을 누렸지만 올해의 경우 650여 브랜드만 참가해 예년보다 축소된 전시공간으로 조촐하게 운영됐다. 여기에 바젤월드 최대의 메인스폰서 스와치그룹이 더 이상 바젤월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충격적인 선언을 했다. 따라서 업계에선 바젤월드 존속의 위기가 제기되고 있다. 레이몬드웨일도 내년부터 바젤월드에 참가하지 않을 예정이다.

바젤월드 불참을 선언한 스와치그룹 CEO 닉 하이예크는 C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젤월드 경영진이 거만하고 우월의식으로 가득차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하이예크는 지난 7월초 바젤월드 경영진이 참가사들과 의논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2019 바젤월드’ 새 프로그램을 발표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시계 페어같은건 필요치 않다. 다른 파트너들과 더욱 창조적인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와치그룹은 공식 발표를 통해 “이제 박람회가 변화하는 상황에 역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대처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명백하게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발표문에서 하이예크는 “연례적인 시계박람회들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지만 그것이 반드시 없어져야만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이제 그들은 스스로를 재창조해야 한다. (그렇다면)우리는 그들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2019년 우리는 확실하게 떠날 것”이라고 바젤월드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을 가능성을 열어 뒀다.

유명 브랜드들이 유서 깊은 시계박람회에서 철수하는 이유는 ‘실익’ 때문이다.

사진='바젤월드' 공식 홈페이지
매우 큰 경비를 감수해야 하는 글로벌 시계박람회 참가는 지출에 비해 실제적인 마케팅 효과는 크지 않아 그간 시계업체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바젤월드는 주최 측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과 임대료 등등 비싼 전시비용 책정으로 참가사들을 힘들게 했다. 스와치 등 시계 제조기업들은 바젤월드 참가 경비로 연간 5000만 스위스 프랑(한화 560억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럭셔리 시계시장의 마케팅 효율화(비용절감) 바람, 즉 온라인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지출이 큰 대규모 오프라인 시계박람회의 필요성을 재고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바젤월드에선 지난 2년 동안 850개 브랜드가 떨어져 나갔고 참여인원도 3년간 15만에서 10만으로 줄었다. 행사 부진으로 주최 측은 지난해에 1억1030만 스위스 프랑의 손실을 봤다. 익명을 요구한 시계 브랜드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각종 정보를 얻고 공유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제 박람회에 출품된 시계라고 해서 그것이 바로 소비로 이어지진 않고 화제성도 그만큼 약해진 게 사실”이라며 “이미 이런 결과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장소에서 한 해의 신제품과 트렌드를 읽을 수 있고 다양한 트레이드가 이뤄지고 있는 이러한 행사는 향후 발전적인 대안을 찾아가며 온라인과는 별개로 계속 지속됐으면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계 병행수입업체 ‘리치워치’ 공종욱 대표는 “다수 브랜드들이 불참하는 등 온갖 파장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내년도 행사에서 박람회의 방향성과 지속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며 “따라서 2019년은 바젤월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해로 보인다”고 했다.

참가 브랜드 상당수가 빠져 나가고 안일한 경영으로 비판을 받자 바젤월드 모기업인 MCH그룹은 총괄 디렉터를 교체하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고 얼마 후엔 15년 동안 그룹을 총괄해온 CEO 르네 캄까지 경영에서 물러나며 경영 쇄신에 나서고 있다. 주최 측은 최대 스폰서인 스와치그룹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공표했다.

과연 바젤월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진='바젤월드' 공식 홈페이지
만일 롤렉스와 파텍필립, 다시 말해 스와치그룹과 함께 바젤월드의 3대 최강자인 이들마저 이탈한다면 바젤월드는 분명 종국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롤렉스와 파텍필립이 바젤월드를 떠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장 프레데릭 뒤포(Jean-Frederique Dufour) 롤렉스 CEO는 지난 3월 바젤월드 전시장에서 이 박람회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했으며 파텍필립 또한 바젤월드에 대한 애정이 매우 강하다. 세계 시계업계에서 최고의 포지션에 있는 브랜드들인만큼 이들에 대한 바젤월드 경영진의 태도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태그호이어-위블로-불가리 등이 포진한 LVMH그룹 역시 ‘2019 바젤월드’에서 새 모델을 전시할 예정이며, 또 하나의 시계/주얼리 강자 쇼파드 역시 마찬가지다. MCH는 바젤 인프라의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 간소화를 위해 여러 시도를 하는 중이다. 얼마전 울리히 비셔(Ulrich Vischer)에 이어 한스 크리스티안 호에스가드(Hans-Kristian Hoejsgaard)가 새 임시 CEO로 취임했다.

새로이 선임된 매니징 디렉터 미셸 로리스 멜리코프(Michel Loris-Melikoff)는 “스와치그룹과 건설적인 논의를 해 2019년에 다시 복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하이예크가 불참의사를 밝힌 이유들과는 달리 “새로 조직된 바젤월드 운영팀이 지난 5월 컨설팅 위원회, 6월 스위스 전시업체 위원회, 그리고 7월4일 국제 전시업체 위원회 등 3곳에 새로운 개념의 바젤월드 행사를 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한 “스와치그룹의 고위층 매니저가 두 번이나 회의에 참여했고 그 내용들은 적절한 수준에서 고려돼 모든 아이디어로 창출되기에 이른 것”이라며 하이예크의 주장을 반박했다.

미셸 멜리코프가 밝힌 새로운 ‘2019 바젤월드’ 키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총론적으로 바젤월드의 1차적 변화는 ‘세일즈 이벤트’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및 이벤트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다. 전시장 홀1의 1층에 독립 시계 제작자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홀1.1엔 시계제작기술에 대한 전시를 꾸미며, 테이크아웃에서 3성급 레스토랑에 이르는 다양한 케이터링 옵션을 준비했다. 미셸은 바젤의 호텔/레스토랑 대표자들과 ‘합리적인 가격’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또한 미셸은 ‘2019 바젤월드’에서 특히 주얼리에 많은 신경(홍보)을 쓸 예정이다. 이웃 건물에 있던 주얼리 브랜드가 파텍필립과 롤렉스가 위치한 1층 본관으로 옮겨지는 게 그것이다. ‘패션 캣워크’ 쇼를 통해 하루 3차례 주얼리를 선보여 이 부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했다. 스와치그룹이 빠졌음에도 현재까지 ‘2019 바젤월드’엔 약 650 개의 브랜드가 참가할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스와치그룹이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이 빠져 나갔음에도 이 수치로 본다면 어쨌든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스와치그룹의 이탈로 스위스 거래소에 상장된 MCH그룹 지주회사 주가는 하락세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MCH그룹 이익이 17% 감소했다.

한편 MCH그룹은 지난 2001년에 출발한 인터내셔널 라이브 마케팅 전문업체로, 꾸준한 기업 인수와 합병 등을 통해 아트 바젤쇼, 바젤월드 등 전 세계 약 90여개의 유명 전시회를 조직/개최하고 있다. MCH그룹의 2017년 매출(Revenue) 규모는 4억9330만 스위스 프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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