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겸 베스트셀러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의 저자 노엘라의 소설 '빨주노초파람보'가 출간됐다.

서로 다른 사람들, 서로 다른 빛깔이 만나 만들어내는 사랑이 전부이던 시절의, 꿈과 같은 소설. 순수한 사랑을 추구하며 자신을 찾으려는 등장인물의 모습이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인용구를 시작으로 생텍쥐페리,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명언들과 르네 마그리트, 앙리 마티스의 그림, 그리고 존 베일리스의 음악 등을 소개하며 삶에 대한 철학적 화두를 던진다.

‘콜라보레이션 무대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노엘라는 미술가와 음악가의 작품과 삶을 비교한 칼럼과 예술에세이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그리고 그림과 문학, 영화, 사진, 음악을 융합한 공연 등을 통해 예술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해 왔다. 이번 소설에서도 그림과 음악 그리고 색(色)은 주인공들의 심리를 이끌어가는데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의 프롤로그에서 "'사랑'이 좋다"라고 썼던 그녀의 말처럼 노엘라의 소설은 사랑이야기다. 우리에게는 모두 사랑의 시절이 있다. 그것이 사춘기 시절 짝사랑의 두근거림이든, 모든 것이 새롭고 수줍은 첫사랑의 설렘이든, 아니면 차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사연을 품은 가슴 아픈 사랑이든. 지나간 사랑은 이미 과거이지만, 기억으로 남아 다시 현재를 구성한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그 사랑을 다시 만나고 되새긴다. 그러나 그 기억을 기억하는 지금은 과거가 아닌 현재이다. 그렇다면 그 사랑은 모두 지나가버렸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 사랑은 형태를 달리하여 기억이라는 모습으로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닐까?

소설은 삶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은 사랑을 매개로 시간과 기억,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 꿈꾼 것과 행한 것,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의 경계를 지우면서 마치 꿈처럼, 또는 환상처럼 소설 속 주인공들의 기억과 삶을 넘나든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가 꿈일까. 기억하지 못하는 현실은 현실일까, 깨지 않는 꿈도 꿈일까. 마찬가지로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해서 사랑이 아닐 것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마저 없는 것일까.

첫 소설을 펴낸 노엘라는 독자들이 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글이 그림이 되고 음악이 되어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소설 속 등장하는 비블리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녀의 2집 음반 'Beautiful Sorrow' 에 실린 ‘비블리스의 눈물’을 들어보는 것도 소설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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