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어제 본 미국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입은 모 글로벌 브랜드의 수영복이 너무나 갖고 싶다. 검색해봤지만 한국에는 없는 제품. 해외 직구 사이트를 이용하려니 상품 검색부터 주문, 생소한 결제와 배송확인 시스템까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계속해서 나오는 영어 안내문에도 익숙지 않은데 내가 원하는 상품을 불량 없이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결국 수영복 득템을 포기해야할까?

A씨처럼 날로 들어가는 해외 직구 쇼핑족들의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줄 서비스가 등장했다. 통합검색 및 다국어 검색 서비스와 상품을 고르기만 하면 구매, 상품 검수, 배송까지 별도의 수수료없이 한번에 해결해주는 글로벌 상품 검색 서비스 '나인플(9ple)'이 바로 그 주인공.

지난해 9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정식 서비스는 올해 5월부터 시작한 신생 기업이지만 정식 오픈 두 달만에 회원수 만 명이 넘을 정도로 쇼핑족들의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초기에는 해외 쇼핑을 원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주 타겟으로 하고 있지만 나인플의 큰 그림은 글로벌 무대로의 진출이다. 15년여의 이커머스 업계 경력을 바탕으로 나인플 서비스를 론칭해 안착시킨 이재진 대표를 만나 나인플을 비롯한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우선 나인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한마디로 해외쇼핑 통합 검색 플랙폼이라고 보시면 된다. 쉽게 말씀드리면 '해외 상품 검색 도우미' 혹은 온라인 쇼핑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는 이커머스 업계 '배달의 민족'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웃음) 나인플에 접속해서 원하는 상품 카테고리, 예를 들어 수영복을 검색하면 총 357만개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아마존 이베이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 주요 쇼핑몰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카테고리를 상세 설정하면 자신의 원하는 결과에 더 가까운 결과를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영어 한국어부터 중국어, 베트남어, 아프리카어까지 다국어 지원 시스템이 가능해 한국어로 검색해도 충분히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검색한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면 원하는 상품을 보통 일주일 내에 받아볼 수 있다. 기존의 복잡한 해외 쇼핑 과정을 검색-선택-카트-결제의 단순한 구조로 간단화한 게 나인플의 가장 큰 강점이다.

▲ 한번에 검색부터 구매, 배송까지 해외 쇼핑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서비스 발상이 굉장히 혁신적으로 들린다.

소비자들은 무엇을 원하든 검색해서 고르기만 하면 받아볼 수 있도록 한다는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에 접근하려고 했다. 물건을 팔 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면, 상품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굳이 소비자가 모두 알 필요는 없다.

기존의 8~9단계가 필요한 상품 구매의 과정을 최소화하면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겠다는 점에서 착안한 서비스다. 나인플은 상품 선택만 하면 결제와 배송 상품 검수, CS 서비스까지 가능하도록 돼 있다.

▲ 어찌 보면 원하는 상품을 찾으러 해외 사이트를 찾아 헤매던 쇼핑족들에게는 오아시스같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런 서비스가 실제로 어떻게 구축이 가능했는지 궁금하다.

나인플의 본사는 현재 뉴욕에 있다. 판매와 구매대행, 상품 검수와 배송 등 모든 것을 미국에서 하고 한국 지사에서는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만들었다. 고객이 상품 주문을 하면 판매자가 상품을 해당 쇼핑몰에 보내는 것부터 배송까지의 과정을 한국에서 관리할 수 있다. 고객의 결제 서비스 정보도 나인플은 알 수 없고 직접 카드회사로 전달되기 때문에 보안에도 최적화돼 있다

▲ 이런 서비스를 착안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뭔가?

15년간 이커머스 업계에서 일하면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 봤다. 그러면서 얻은 결론은 '앞으로의 쇼핑몰은 단일 품목보다는 다양한 상품을 세계 시장을 목표로 팔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고객의 입장으로 보면, 1개의 상품을 만 개 팔기보다는 만 개의 상품을 팔아 다종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최근 해외 구매가 가능한 국내 쇼핑몰들도 있는데 대부분 큐레이션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 담당 MD가 카테고리당 인기 상품 위주로 소비자들에게 보여줘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취향은 생각보다 무척 다양하다는 걸 그간의 이커머스 경험을 통해 깨달았고 그런 요구들을 충족시키고자 한다. 주목할 만한 건 보통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아마존이 가장 싸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나인플에서는 고객이 아마존 뿐만 아니라 이베이,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 여러 쇼핑몰의 비교가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 '다양한 고객의 요구'라는 면에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나인플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한 고객 중에는 한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잔디깎이 기계나 개인 케어용품을 주문하기도 하고 25년된 고가의 발사믹 소스를 주문한 고객도 기억이 난다. 일반적인 상품보다 특이한 상품이 많다. 특이한 자동차 부품, 페인트 분무기, 전문가용 스테이크 칼 세트 등 상상을 초월하는 상품 주문이 많다.

재미있었던 건 방탄소년단 MD상품을 한국에서 품절돼 구할 수 없자 나인플에서 주문했는데 그 상품은 한국에서 출고돼 미국 아마존을 거쳐 다시 한국에 들어와 고객에게 전달됐다. 일본에서 제작된 프라모델도 마찬가지로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온 경우도 있다. 이처럼 이커머스 시장은 점점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주고 있다.

▲ 듣고보니 쇼핑은 다양한 사람들의 그보다 더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는 일인 것 같다.

나인플이 지향하는 것은 '롱테일 전략'이다. 몇 개의 스타 상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 다양 소량 전략으로 개인별 취향 상품을 늘려 개별 판매량은 적으나 그 종류가 많아질수록 전체 구매량이 많아지는 전략이 결국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해외 각국에서 물건을 팔아본 경험에서 비롯됐다.

몇년 전에는 더운 나라 싱가포르에서 난로를 팔아본 경험이 있다. 과연 열대 국가에서 난로가 팔릴까 하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이지만 그해 나는 싱가포르에서 난로 판매 1위를 달성했다(웃음) 그런 경험이 소비자의 요구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예측불허라는 걸 깨닫게 해 줬다.

▲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달라

전세계를 해외 직구, 역직구로 하나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웃음) 너무 거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진심이다. 이제 이커머스는 개인간의 무역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구매 서비스를 먼저 개시했지만 나인플을 통해 해외에 진출하고자하는 개인 판매자들을 위한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건 '세일즈보다는 서비스'다 어떤 사람이 패션을 좋아하면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볼 거고 그걸 가장 손쉽게 해 주는 가이드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올해는 서비스 안정화와 업그레이드에 힘쓸 예정이다. 각 쇼핑몰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와 인공지능으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가장 최적화해 찾아주는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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