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성진 부국장] 스타벅스가 지난 1999년 1호점(이화여대)을 시작으로 국내 론칭한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현재 국내 스타벅스 매장 수는 1180개를 넘어섰는데 이는 1인당 스타벅스 매장 수 세계4위이고 일본의 2배나 되는 규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벅스코리아 매출이 1조2635억 원으로 전년(1조28억 원) 대비 26% 증가했고 영업이익 또한 11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나 증가했다. 이로써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전문점 중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유일한 브랜드가 됐다.

그러나 이처럼 폭발적으로 매출 규모가 커지는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다. 고객 응대(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요 근래 스타벅스 직원들은 주문을 너무 성의 없이 받는다.

언론인이란 직업상 사람들 만나는 게 중요 일과 중 하나이다보니 커피숍을 자주 가게 되고 특히 스타벅스를 애용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스타벅스에 변화가 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주문을 할 때마다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뜨거운 커피를 주문할 땐 “아메리카노(그란데) 샷추가, 총량이 샷선 아래 눈금까지만” 무더운 여름엔 “아메리카노(그란데) 샷추가, 물없이 얼음 조금만”이라고 주문한다. 워낙 커피를 진하게 마시기 때문에 항상 스타벅스에 가면 이렇게 주문한다. 주문내용을 다시 한 번 체크하는 직원이 있는 반면 단순하게 “예”라는 대답만으로 주문에 응하는 직원들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문사항을 전혀 숙지하지 않고 겨울엔 컵 한가득, 여름엔 얼음 가득 채워 주문에 응한다는 것이다.

마포구 M역 매장, 2호선 S대입구역 매장, 강동구 K역 매장, 강남 S아트센터 매장 등에선 샷선보다 훨씬 많이 채워서 커피가 나왔다. 강남 B사거리 점에선 “샷선 까지만”이란 주문사항은 아랑곳 하지 않고 컵 한가득 커피가 나와 재주문을 했다. 여의도 H매장, 2호선 S대입구역 매장과 역삼역 P매장 등에서도 얼음 가득 채운 채 커피가 나와서 얼음 상당수를 버리고 마셨다.

아파트 이름을 딴 강남W 매장에선 샷추가를 하지 않고 커피가 나와 항의하자 죄송하다며 커피를 다시 제조해 줬다. 그런데 주문을 받은 직원이 별 두 개 커피마스터여서 놀랐다. 상암 S시티 매장에서도 일반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얼음을 가득 채워 커피가 나왔다. 항의하자 죄송하다며 다시 제조해 줬다. 주문에 응한 사람 역시 별 두 개 커피 마스터였다. 같은 날 서초동 매장에서도 얼음을 가득 채운 커피가 나왔다. 직원은 “얼음조금이란 얘기는 전달받지 못했고 플랫 뚜껑에다 담아 주라는 내용만 전달 받았다”고 대답했다. 주문을 받은 사람 바로 옆에 커피를 제조한 직원이 있었는데 설마 주문 내용이 들리지 않았을까? 주문을 받은 직원 역시 별 한 개 커피마스터였다. 스타벅스 내에서도 더욱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 ‘커피마스터’가 된 직원들조차도 주문을 이렇게 엉터리로 받고 있는 것이다.

강남 B사거리 점에서도 “물없이 얼음은 반만”이라고 주문했는데 잠시 후 얼음을 너무 적게 넣은 커피가 나왔다. 여직원이 “이 정도면 되겠냐”고 묻자 “조금만 더 넣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여직원은 얼음을 담는 큰 숟가락으로 무신경하게 컵에 한가득 얼음을 넣어줬다. “조금만이라고 했는데 왜이리 많이 주는 거냐”고 하자 여직원은 다시 아무 말 없이 얼음을 덜어냈다. 이럴 땐 고객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게 기본임에도. 강남 Y초교 사거리 점에선 “프리쿠폰을 쓰겠다”며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영수증을 보니 쿠폰은 그대로 있고 금액만 빠져 나간걸 알고 재주문을 해야 했다.

고객의 주문 내용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커피를 제조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혹자는 바쁜 시간대에 주문을 해서 그러지 않을까 할 수도 있으나 이 모든 사례들은 손님이 별로 없을 시간대에 주문했던 내용들이다. 약 2년 전만 해도 스타벅스코리아에서 주문에 실수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 19년 동안 스타벅스를 이용해왔지만 요 근래 스타벅스 직원들의 고객 응대 등 서비스 자질은 최악으로 보인다.

그럼 전화응대 서비스는 과연 어떨까 싶어 스타벅스 사이트에 기재된 대표번호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죄송합니다. 잠시만 더 기다려 주세요”라는 자동 음성만 4분이 넘게 계속 흘러 나왔다. 휴대폰 통신사에 전화하는 것보다도 더 힘들었다.

잦은 주문 실수에 대해 한 스타벅스 매장 관계자는 “업무가 많아 힘들어 그만두는 직원들도 있고 매장 직원들이 자주 교체되며 그 와중에 매장은 계속 늘어나고 그에 따라 충분히 트레이닝된 직원들 충원이 잘 안돼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얘기대로라면 위의 사례에서 언급한 별 두 개짜리 커피마스터들의 주문 실수는 어떻게 이해하란 것인가?

스타벅스 마케팅 책임자였던 하워드 슐츠는 지방의 작은 카페에서 직원이 손님의 세세한 주문에 무척 친절하게 응대하는 걸 보고 감동해 그때부터 스타벅스도 직접 고객과 마주하며 응대한다는 경영철학을 고집했다. 그러나 한국 스타벅스 매장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스타벅스의 이러한 경영철학은 변질되고 말았다. 미국에 체류할 당시 스타벅스 맛에 반해 귀국해서도 스타벅스가 언제 서울에 론칭하나 하고 손꼽아 기다려 왔고 1호점이 오픈하자 가깝지 않은 거리임에도 매일같이 커피를 마시러 가던 때가 기억난다. 이후에도 어느 매장에서 주문을 하건 고객의 다양한 주문 내용에 성실히 응했던 스타벅스가 아니던가.

급격히 외형은 커지는 반면 ‘고객 응대 서비스’에 있어선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스타벅스코리아가 정작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심각하게 성찰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