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tvN 나영석 PD는 2017 칸 라이언즈 세미나 ‘지루함의 힘, 평범함이 놀라움이 될 수 있다’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순간이 ‘삼시세끼’를 기획하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그는 계속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루함을 느꼈는데, 그 순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돌아보았고, 휴가 때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자문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찾은 끝에 내린 결론은 ‘무위도식’. 그간 세상에서 부정적 가치로만 여겨졌던 무위도식하는 삶을 긍정적인 가치로 받아들이게 됐고,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는 ‘삼시세끼’로 이어졌다.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지루함이라는 감정이 가진 힘을 직시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 철학서’다. 지루함이라는 감정을 일상의 예시를 통해 공감할 수 있게 설명하고, 철학자들의 정의보다는 우리가 흔히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도 지루함이 지나간 삶을 돌아보고, 목표를 재설정하며, 창의성을 발휘하는 근원이라는 점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쓸모없는 감정으로 치부되었던 지루함이 가진 가능성과 활용 방법을 보여주는 부분은 기존 철학서가 가진 따분함과 거리가 멀다.

'지루함은 생각이 자라고 발전할 공간도 제공한다. 지루함 속에서는 당신이 알고 있던 모든 정보가 무의식 속에 있는 다른 모든 정보와 만나 배양되고 혼합될 기회를 얻는다. 마법은 이때 일어난다'(본문 중)

책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 지루함은 '시간을 죽이는'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창조의 공간을 마련한다.

우연치 않게도 저자 마크 호킨스 박사는 한국에서 2년 동안 거주하며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지루함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그래서인지 우리가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나도 그래”라며 고개를 끄덕일 장면들이 많다. 특히 한국의 ‘멍때리기 대회’를 언급하며, “우리의 시선을 빼앗는 모든 위험 속에서도 존재에 더 마음을 쏟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의 분산의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는 신호가 감지된다”라고 평가하는 대목은 매우 반갑다.

'당신은 지루함이 필요하다'는 148쪽의 분량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철학적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번역에 심혈을 기울였다. 여기에 틈새책방 특유의 빠른 호흡을 가진 편집으로 가독성을 더했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책은 가볍지만 메시지는 묵직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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