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코스모스악기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홍콩이 일본과 함께 아시아 최대 규모의 명품 시장이란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홍콩하면 엄지척 하나를 더해야 할 게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하프악기 시장이란 것이다.

물론 그간 일본이 아시아 최대의 하프시장이자 하프강국으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홍콩이 지난 10여년이란 짧은 시간동안 급성장하며 아시아 하프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홍콩은 90년대 후반만 해도 하프 전공자가 십수명에 불과할 만큼 하프라는 악기가 비인기 분야였다.

이러한 홍콩이 짧은 시간동안 어떻게 아시아 하프씬을 대표하는 강국이 됐을까?

여기엔 오로지 순수하게 하프를 사랑하던 몇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안젤라, 애들린 칭, 와이썸 렁이 그들이다.

학교 동문인 이들 세 명은 하프 연주자, 즉 뮤지션이 아니라 전혀 다른 곳에 종사하던 사람들이었다. 안젤라는 엔지니어였고 애들린 칭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홍콩 부사장에 재직 중이던 전문 경영인, 와이썸 렁은 로펌 변호사였다. 각기 그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었지만 하프 애호가로서 하프의 저변확대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이들은 각각 미화 10만 달러씩 투자해 홍콩 완차이에 하프센터를 설립하며 하프 저변확대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사업, 즉 영리 목적이 아닌 곳에 10만 달러씩 투자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하프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이들은 하프 공연부터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레슨 등등 하프 관련 온갖 기획 이벤트를 하며 홍콩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이들의 이러한 노력은 하나 둘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어 갔다. 하프를 배우고자 하는 일반인들이 늘었고 하프 이벤트 공연에도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2006년 홍콩 하버시티에서 하프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하프 연주자 곽정(하피데이 앙상블 음악감독)과 함께 진행된 이 페스티벌은 홍콩의 하프 저변확대에 기여한 중요 이벤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하버시티는 내국인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홍콩 최대의 복합쇼핑몰 명소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서 유명 레스토랑과 극장 등등 500여 개가 넘는 매장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곳이다. 음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남녀노소 불특정 다수가 몰리는 대표적인 쇼핑거리에서 하프 행사를 기획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하루 평균 9시간 이상 하프 연주를 하며 4일간 계속된 이 페스티벌은 인근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았다. 첫날보다 둘째 날이 더 많이 몰렸고 그런 식으로 마지막 날까지 관객들이 갈수록 많아지며 하프 페스티벌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마추어 하프 연주자부터 프로 연주자들까지 모두 연주하며 흥을 돋웠고 곽정이 메인 게스트로 출연해 멋진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홍콩 언론도 주목했다. 각 유력 매체들이 단순한 음악행사가 아닌 문화·사회적 현상의 하나로 여겨 중요하게 보도했다. 홍콩 주재 해외특파원들도 비중 있게 보도하며 이 페스티벌은 홍콩에 하프 붐을 일으킨 계기가 됐고 아시아 하프 페스티벌로서 새롭게 거듭 났다.

페스티벌의 일부 프로그램을 자선행사 형태로 진행한 것도 현지 언론 및 일반인들의 호응을 샀다.

이 행사 이후 홍콩 내 하프 전공자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하버시티의 하프 페스티벌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홍콩 시민들의 감흥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12년 하버시티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공연이 펼쳐졌다. 곽정을 중심으로 하는 무려 125대의 하프 앙상블이 연주하는 획기적인 공연이었다. 한 대의 하프 연주만으로도 아름다운 감동이 이는 것인데 무려 125대나 되는 하프가 큰 스케일로 앙상블을 이루며 연주하는 진풍경은 홍콩 전역에 잊을 수 없는 감동의 시간을 안겨다 줬다.

이후에도 꾸준히 하프 관련 다양한 기획과 이벤트가 이뤄지며 홍콩은 명실공히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하프씬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하프 애호가인 세 명의 학교 동문들이 시작해서 이젠 라이프/문화의 영역으로 안착된 홍콩의 하프씬. 그리고 이들과 함께 홍콩 하프씬을 일군 하프 연주자 곽정의 노력은 향후 국내 하프계의 발전에 참고할 가치가 매우 크다.

하프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하프갤러리를 오픈한 코스모스악기(대표 민관기) 관계자는 “비약적으로 급성장한 홍콩 하프시장은 한국이 벤치마킹하기 좋은 사례”라며 “하프를 좀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찾고 있으며, 하프를 구매하려해도 가격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렌트를 해주는 등 제반 새로운 마케팅 방식도 준비 중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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