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비 아리아나 [사진제공=코스모스악기]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하프하면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음악의 신’ 아폴론이 연주하던 악기가 생각난다. 여러 지역을 떠돌며 서사시를 읊던 음유시인의 손에도 하프가 함께 했다.

곡선미의 우아한 외관과 아름다운 음색을 지닌 하프는 인류 역사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온 악기다. 유럽·중동·아프리카·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연주되었고 현재까지 많은 전공자와 애호가들을 낳고 있다.

그럼에도 일반 대중은 하프에 대한 몇 가지 심각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첫째, 하프는 가격이 매우 비싸 부자들만의 악기다?

수백 수천만 원에서 몇 억이 넘어 부잣집 자식이 아니고는 배우기 힘든 악기, 취미로 삼기에는 불가능한 ‘넘사벽’이라는 것. 그러나 하프도 수십 만 원에서 백만 원대 초반의 가격대가 있으며 음악 전공자를 위한 악기 가운데에선 관악기 다음으로 가격대가 낮은 편에 속한다. 몇 억에서 수십억을 호가하는 명품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의 현악기만 보더라도 하프는 절대 ‘매우 비싼’ 악기가 아니다.

둘째, 하프는 여자들만 연주하는 ‘여성적인’ 악기다?

영화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하프를 연주하는 장면이나, 천사 옆에 하프가 놓여져 있는 등 몇몇 이유로 하프는 여성만 연주해야 하는 악기라는 편견이 있었다. 물론 아니다.

하프 역사와 그간의 음악계만 보더라도 하프계를 리드하는 명연주자들은 남자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여러 기록에 의하면 고대부터 근대까지 솔로나 큰 앙상블에서 연주하는 전문 하피스트는 모두 남자였다.

하프 연주의 상징적 인물인 스페인의 니카노르 자발레타(Nicanor Zabaleta), 베를리오즈가 ‘하프의 리스트’라고 극찬한 비르투오소인 영국의 엘리아스 패리시 알바스(Elias Parish Alvars), 뮌헨 콩쿠르를 비롯한 3대 국제 콩쿠르를 재패한 프랑스의 엠마누엘 세송(Emmanuel Ceysson), 87년 그래미어워즈 수상에 빛나는 스위스의 일렉트릭 하프 연주자 안드레아스 폴렌바이더(Andreas Vollenweider), 그리고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하피스트인 자비에르 드 매스트르(Xavier de Maistre)까지 세계적인 하프 명연주자들이 모두 남자인 것이다.

셋째, 하프는 배우기가 어려운 악기다?

바이올린과 첼로는 4현, 기타는 6현 구성인 반면 하프는 자그마치 40개가 넘는 현이 있어 배우기가 매우 어려운 악기라 생각한다. 이 역시 잘못된 편견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하프 연주자 곽정(하피데이 앙상블) 음악감독은 “악기 줄이 많다고 해서 연주가 어렵다는 건 편견”이라며 “하프는 여타 악기들과는 달리 초보자도 정말 배우기가 쉬운 악기”라고 했다. 또한 “체구가 작은 어린이들이 배우기에 힘들지 않냐고 물어오는 학부모들도 있는데 직접 교습을 시켜 보면 짧은 시간 내에 곡을 연주할 정도로 빠르게 향상되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하프는 큰 사이즈와 무게 때문에 휴대하기 쉽지 않아 대중화의 걸림돌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현재 취미용 하프도 다량 출시되고 있으며, 휴대하기 편한 작은 크기에서부터 큰 악기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모델들이 선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의 하프 연주자들은 피아노나 바이올린 못지않게 세계의 유력 하프 콩쿠르에서 우승자를 다수 배출하며 주목받고 있는데 이 역시 하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곽정 음악감독은 “한때 일본 하피스트들이 아시아 정상이었지만 이젠 한국의 하프 연주자들이 세계 최정상에 올라섰다”며 “세계의 하프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고 따라서 국내 하프 전공자는 물론 하프 인구도 꾸준히 늘어나리라 전망된다”고 했다. 또한 “얼마 전 롯데콘서트홀 하프 기획공연에서 하프 연주를 했었는데 3층까지 관객들이 많이 들어선 걸 보고 하프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덧붙였다.

하프에 대한 관심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다.

결혼을 앞둔 연인들이 자신들만의 평생 추억 공간을 위해 “결혼은 결혼식장에서”라는 통념을 거부하고 색다른 곳을 찾는 경향이 늘며 “누구나 하는 피아노 반주가 식상하다”고 여겨 다른 악기로 축가를 대신하기도 한다. 우아한 자태의 아름다운 소리를 지닌 하프로 축가 연주를 의뢰하는 신랑 신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백화점의 교양 강좌 담당자들이 ‘하프 교실(하프 강좌)’에 관심을 갖고 관계자의 자문을 받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하프 브랜드 ‘라이언 앤 힐리’와 ‘살비’ 국내 유통사인 코스모스악기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하프 관련 문의를 자주 받고 있어 하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고 전했다.

‘귀족악기’, ‘배우기 어려운 악기’ 등등 몇몇 편견으로 대중과는 거리가 멀게 만 느껴졌던 하프가 이젠 ‘라이프’의 영역으로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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