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음악 애호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좀더 집중해서 감상하기 위해 주변의 여러 방해물로부터 자유로운 집에서 ‘구속력 있는’ 감상을 하는 편이다. 오디오 앞의 정중앙에 앉아 몰입하는걸 선호한다.

하지만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일반인들은 특정 업소나 카페를 찾아 곡을 신청해서 듣기도 한다. 그러나 기존의 카페에서 접하는 음악은 고음이 귀를 쏘고 저음이 머리를 울리게 해 카페라는 곳이 휴식의 기능을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할 때가 많다.

비가 많이 내리던 18일(화) 오전,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에선 위와 같은 통념과는 다른 형태의 이색 행사가 열렸다.

프리미엄 음향기기 전문기업 소리샵(대표 최관식)이 18일 오전 11시 고양시 행주외동에 위치한 제이스하우스 카페에서 독일의 하이엔드 스피커 저먼피직스(HRS-130)와 네임 오디오 시스템 매칭의 청음회를 개최했다.

저먼피직스는 지난 3월 소리샵이 국내에 선보인 무지향성 스피커로 일반적인 스피커와 달리 360도 전 방향에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게 특징이다. 기존의 2 채널 스피커들이 지닌 이른바 ‘스윗스팟’(sweet spot)의 한계를 제거한 진보적인 사운드가 특징이며 음향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사실상 ‘룸 어쿠스틱’이 쉽지 않은 아파트형 거실, 카페 같은 넓은 라운지 등 어느 곳에서나 좋은 밸런스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번 청음회는 집이 아닌 카페 같은 상업적 공간에 맞는 무지향성 스피커를 제안하고 의견을 들어보는 행사였다. 함께 매칭된 네임 오디오는 하이파이의 본고장 영국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로 국내에서도 매니아층이 탄탄하다. 세계적인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Bentley)의 카 오디오 시스템으로 유명한 바로 그 회사다.

행사는 ‘오디오 시장이 주목해야 할 영역인 상업공간에서의 사운드’와 ‘정형화된 배치에서 벗어나 음악 감상의 대안이 될 무지향성 스피커’의 두 주제로 진행됐다.

오디오평론가 오승영의 진행으로 2시간동안 열린 이번 행사에선 저먼피직스와 네임의 특장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자 클래식, 재즈, 팝 등 여러 장르의 명곡들을 감상하며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페페 로메오가 연주하는 줄리아니 기타협주곡에선 클래식기타 특성상 줄 소재가 나일론이나 거트 등 스틸 소재가 아님에도 건조하지 않고 따뜻하고 입체적인 음향으로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머레이 페라이어의 피아노 연주로 듣는 J.S.바흐의 영국 조곡 2번에선 풍부한 색채감과 탁월한 잔향감이 일품이었다. 개인적으론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연주로 이 작품을 즐겨 들었으나 리버브 등 레코딩 퀄리티라는 점에선 역시 하이엔드 명기로 접하기에 좋은 피아노 솔로곡 중 하나였다. 카페 안에서도 빗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오전부터 비가 계속 내리기 시작하는 날씨, 더욱이 집이 아닌 카페라는 오픈형 공간에서 그것도 협주가 아닌 솔로곡(피아노)을 듣고 있음에도 빗소리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음악에 녹아나는 순간이었다. 머레이 페라이어의 골드베르크 변주곡도 같이 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이외에 정격연주로 유명한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의 브람스 첼로소나타 등 여러 작품들을 감상했다.

재즈 타임에선 리 릿나워의 스틸줄 기타가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인 오디오였다면 ‘리 릿나워=깔끔하고 세련된 음색’ 정도로만 들렸겠으나 저먼피직스와 네임의 매칭에선 리 릿나워의 스틸줄 기타 소리가 풍요롭고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찼다. 손톱과 엄지 살을 교묘하게 병행하며 특유의 음색과 연주를 구사하는 제프벡이나 한 음을 연주할 때에도 왼손 핑거링 전체를 떨어대며 색다른 톤과 울림을 만들어내는 존 스코필드나 빌 프리셀의 기타도 이런 오디오 매칭에선 매우 흡입력 있게 감상자를 빨아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오평론가 오승영은 “정중앙 시스템으로 듣는 일반적인 오디오 시스템이 아닌 무지향성 스피커라서 좌석 배치도 자유롭게 배열했으며 따라서 어느 위치에서 감상해도 똑같은 퀄리티로 음악을 접할 수 있는게 강점이자 이번 행사의 매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소리샵의 백인식 부장은 “오디오업체라서 단지 오디오에만 집중하게 되면 소비층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오디오는 결국 좀더 좋은 음질로 음악을 감상하기 위한 도구의 일환이며 따라서 음악 자체를 감상하는 여건과 환경 등에 좀더 신경을 쓴다면 음악을 듣는 층도 많아질 것이고 이렇게 음악층이 저변 확대되면 오디오 시장도 자연스럽게 커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또한 “이번 행사도 왜곡되지 않은 음악(작품) 자체의 본연의 소리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고 “다음엔 전시장이나 그 외 또 다른 공간에서 청음회를 열고 싶은 바램”이라고 덧붙였다.

행사가 진행된 제이스하우스에선 저먼피직스 스피커와 네임 오디오의 기기로 다음 달 20일까지 음악을 시연하며, 이외에도 청담동의 셰에라자드를 통해서도 상시 청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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