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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가히 ‘괴력’이라 할만큼 당대 최고의 연주력을 들려주는 피아니스트다. 가공할 파워와 완벽한 기교는 어떠한 곡에서도 흔들림없이 자신을 주장한다.

그는 몇차례 내한공연을 통해 연주자들이 넘보기 힘든 진기한 명연으로 화제를 낳았다. 일반 피아니스트들이 콘서트에서 피아노협주곡 하나를 무대에 올리는 반면 그는 평균 2~3개의 협주곡 전곡을 완주하는 초인적인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5곡(2003년), 쇼팽-브람스-라흐마니노프 2번 협주곡의 밤(2009년) 등 그간 내한공연에서 다른 연주자는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2009년 내한공연 당시 쇼팽 협주곡을 연주할 때 너무 강한 타건으로 피아노줄이 끊어진 일화는 유명하다.

십 수 년 전, 내한공연을 마친 그와 저녁을 같이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베레조프스키는 불고기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는데, 주량이 가공할 연주력만큼이나 놀라웠다. 악수할 때의 악력도 대단했다. 지난해에도 베레조프스키 내한공연 스케줄이 잡혔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공연이 취소돼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에 대해 베레조프스키는 꼭 빠른 시일 내 내한하겠다고 약속했고 드디어 그 약속을 지켰다.

‘건반 위의 사자’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오는 5월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관객들과 재회한다.

7년만의 리사이틀에서 보리스는 쇼팽을 통해 감성적이며 섬세한 면모를, 그리고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의 정수를 담은 스카를라티의 소나타들을 통해서는 정갈하고 깔끔한 그의 색다른 음악을 선보인다.

그 동안 베레조프스키는 선이 굵고 에너지 넘치는 강렬한 비르투오조의 면모가 강했다. 이번 내한에선 쇼팽의 즉흥곡과 발라드 등을 선택해 섬세한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스트라빈스키의 상상력의 정점이자 피아노계 3대 난곡으로 평가 받는 ‘페트루슈카’는 ‘건반 위의 사자’의 진면목을 드러내기에 충분할 것이다. 또한 이탈리아 바로크의 진수를 담은 스카를라티의 5개의 피아노 소나타도 주목된다.

지난 1990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우승을 통해 세계 음악계 전면에 부상한 베레조프스키는 이후 영국 ‘인터내셔널 피아노’의 2007 인터내셔널 피아노 어워드 수상 및 활발한 공연으로 끊임없이 화제를 낳았다. 지난해엔 제15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심사위원을 맡아 젊은 피아니스트 발굴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2013년부터 프랑스 피아노스코프 뮤직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서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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