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참석차 방한… "실용서보다 상상력 키우는 소설을"

일본 소설가 아사다 지로(64)는 일본 영화 '철도원'의 원작자이자 한국 영화 '파이란'의 원작 '러브레터'를 쓴 작가로 유명하다.

'철도원'에는 세상을 떠난 아내와 딸을 그리워하는 남자의 애잔한 이야기를 담았고 '러브레터'에서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건달이 위장 결혼한 외국인 여성과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을 썼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가슴을 울리는 사랑 얘기에 그치지 않는다. 단편집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에서는 7편의 기담을 선보였고 '창궁의 묘성', '중원의 무지개' 등 대하소설도 썼다.

SBS 주최로 열리는 서울디지털포럼(SDF) 참석차 한국을 찾은 아사다 지로는 21일 연합뉴스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 소재가 다양한 이유를 설명했다.

"독자는 같은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문학가로서는 '자기 모방'을 피하려는 겁니다. 저는 타인 작품을 흉내 내는 것도 안 좋지만 자기 모방이 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을 일본 안에서도 보수적인 편에 속하는 '옛날 소설가'라고 칭했다. 여전히 다다미 화실에 앉아 원고지에 글 쓰는 것을 고수한다. 일본어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며 전통적인 표현 방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는 글쓰기의 진입 장벽이 거의 없는 디지털 시대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문학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통적인 순문학에 매몰되기보다 형식과 소재 등 면에서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희 세대는 문학소년, 문학소녀가 되려 하지 않으면 소설가가 될 수 없는 시대였어요. 지금은 애니메이션에 빠졌던 친구가 소설을 쓸 수 있고, 게임을 좋아하는 어린이가 소설가가 될 수 있죠. 기초 없는 신인 작가의 소설은 기발하고, 표현이나 구성에 구속받지 않아서 더 재미있어요. 다양성이 제고된다는 면에서 굉장히 좋은 현상으로 봅니다."

현재도 일본 언론에 장편 연재를 활발히 하는 아사다는 아직 쓰고 싶은 작품이 많이 남아있다며 "소설 쓰는 일이 싫었던 건 한순간도 없었기 때문에 정신이 온전한 이상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은 생각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써지지 않고, 어느 날 우연히 밀려오는 무언가에서 쓰이는 것"이라며 "부딪히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로 약간의 긴장감을 항상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젊은이들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 '상상력'을 꼽았다. "소설을 보면 이 장면은 어떻게 전개될까, 이 인물은 어떤 사람인가를 상상하며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며 "이는 다른 어떤 학술 실용서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다이어트 관련 책이 매년 베스트셀러 1위를 합니다. 이상하지 않은가요? 살을 빼고 싶으면 아름다운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보고,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가 등장하는 소설을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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