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신간

우리 정치권에서도 이미 일상용어가 된 '프레임'을 주도적으로 이론화한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활용에 관한 저술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와이즈베리) 전면 개정판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프레임이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뜻하며, 특히 특정 정치세력의 정치적 주장이 기반하고 있는 지향성과 가치들의 집합을 지칭한다.

레이코프는 미국의 민주당이 공화당과의 프레임 전쟁에서 열세에 놓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미 출간 10년이 지난 초판의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을 보완하고 다듬은 전면 개정판이다.

"진실이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프레임은 남고 진실은 튕겨 나간다."

저자는 사고의 구조를 오래 지탱해온 개념들은 인지 구조 속에 깊게 자리하고 있어 바꾸기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아무리 주입한들 이를 진보세력의 음모로 여기는 보수주의자의 생각이 바뀌진 않는다는 것이다.

즉 정치는 합리적 판단보다 도덕의 영역에 있다. 보수엔 '엄격한 아버지'의 도덕이, 진보엔 '자상한 부모'의 도덕이 토대가 돼 서로 충돌한다.

저자는 개정판에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구체적 전략 제시에 힘을 쏟았다. '자유'와 '부의 양극화', '기업의 지배' 등 최신 쟁점들을 프레임의 틀 내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천적 전략들을 담고 있다.

예컨대 '자유'의 가치를 보수의 전유물이 되도록 방조해서는 진보가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미국의 정치 현실에 기반하는 분석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북한내 인권'과 '경제 민주화' 등 쟁점을 둘러싸고 우리 정치에 던져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31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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