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선집 '죽이는 책' 번역 출간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은 지금까지 출간된 가장 위대한 미스터리 작품으로 칭송되곤 한다. 그러나 '죽이는 책'을 쓴 아일랜드 범죄소설 전문가 존 코널리와 디클런 버크는 이 같은 상찬이 장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흔한 오류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전 세계 미스터리 작가들에게 그들이 사랑하는 소설에 대한 열변을 토할 기회를 주자"는 생각으로 작가들을 섭외했고, 20개국 119명의 작가가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최근 번역돼 출간된 비평 선집 '죽이는 책'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 선정된 121편의 미스터리 걸작을 소개한다.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나 제임스 M. 케인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처럼 여전히 숭배되는 작품뿐 아니라 미국 최초의 탐정 소설 '죽음의 편지'를 썼으나 그간 철저히 잊힌 메타 플러 빅터의 소설까지 다양하다.

에드거 앨런 포, 찰스 디킨스, 레이먼드 챈들러, 대실 해밋, 조르주 심농, 트루먼 카포티 등의 보석 같은 작품들이 연대순으로 실렸다. 선정에 참여한 작가들은 열변을 토하며 그들이 추천하는 소설가와 작품을 옹호한다.

켈리 스탠리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미스터리 작가로 대성공을 거뒀지만, 오히려 그런 성공 탓에 저평가됐다고 주장한다. 심리학을 다루는 크리스티의 정연한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그가 쓴 심리 묘사는 "미스터리의 바로크적인 독창성과 빼어난 서스펜스의 조합 그 자체"라고 칭송한다.

존 반빌은 조르주 심농이 쓴 스무 편 남짓한 소설은 적어도 카뮈나 사르트르, 지드의 작품과 겨루거나 심지어 뛰어넘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매건 애버트는 도로시 B. 휴스가 쓴 '고독한 곳에'에 대해 "음험하고도 냉혹한 걸작이자, 온기라고는 빛 한줄기조차 완벽하게 제거해버린, 마지막까지 인정사정없이 내리꽂는 걸작"이라고 호평한다.

작가가 풀어놓은 미스터리 거장들의 뒷이야기와 입문기, 문학론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책 한 권에 대한 소개가 10페이지 남짓 되는 짧은 분량이기에 심심할 때 살짝 펴들어 한두 편 정도를 읽고 난 후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가기에 적당한 책이다.

책세상. 김용언 옮김. 816쪽. 2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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