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학교 교수 "한국영화 경쟁력 연구하겠다"

아프리카 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가족을 주제로 한 한국영화와 한국 음식의 만남 행사가 열렸다.

'한국 영화와 음식 축제'(Korean Film and Food Festival)가 17,18일 이틀간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에 있는 오픈 윈도즈(Open Windows) 영화학교에서 한국에 관심 있는 현지인들과 한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7일(현지시간) 오후 열린 개막식과 '7번 방의 선물' 상영에는 예상했던 인원의 두 배가 넘는 500여 명의 관객이 몰렸으며, 준비한 음식이 동날 정도였다.

이번 한국 영화·음식 축제는 주 남아공 한국대사관(대사 이윤)과 현지 영화학교인 오픈 윈도즈 스쿨 오브 필름 아트(학장 플루토 파누시스)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일방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홍보행사가 아니라, 기획에서 집행까지 모든 단계에서 현지 남아공 영화계 인사와 영화를 공부하는 남아공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영화제 포스터, 리플릿, 프로그램 제작을 교수와 학생이 도맡아 했을 뿐 아니라, 영화 예고편과 같은 홍보 영상을 학생들이 직접 출연해 만들기도 했다.

한국영화는 이틀에 걸쳐 '늑대 소년', '태극기 휘날리며', '7번 방의 선물', '완득이', '괴물' 등 가족을 주제로 한 다섯 편과 한식 관련 영화인 '식객'이 소개된다.

다문화 가족을 다룬 '완득이(영문명 Punch)'는 영화제 시작 전부터 현지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익숙지 않은 '다문화'라는 주제가 이미 다양한 언어와 인종이 함께 어우러져 '무지개 나라'라고 불리는 남아공에는 친숙한 측면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제 게스트 스피커(초청연사)이자 현지 뉴스전문TV eNCA 수석 PD인 사이몬 스테판은 '완득이'를 eNCA 매체에 소개하면서 한국의 '정(情)'이 남아공 전통적 공동체 정신인 '우분투(Ubuntu)'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또 영화에 출연한 이자스민 의원의 에피소드까지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전쟁에서의 형제애를 다룬 '태극기 휘날리며(영문명 Taegukki)'에는 팔순 노구의 한국전 참전용사와 가족들이 대거 관람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식객'에는 지난 6월 남아공대사관이 주관한 한식요리대회로 인연을 맺은 현지 조리학교 강사와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해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영화에 따라 분야별 현지인 전문인사를 게스트 스피커로 초청해 해설을 곁들여 현지인 관객의 이해를 도운 것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는 남아공 영화평론가 레온 반 니로프가 영화적 관점에서, '식객'에는 푸드칼럼니스트 디안 드 비어가 음식의 관점에서, '완득이'는 언론인 사이몬 스테판이 문화적 관점에서 각각 영화를 직접 소개했다.

행사의 또 다른 축인 푸드 페스티벌은 프리토리아 시내 한식당 별로 하나의 부스를 맡아 불고기, 전, 잡채 등 그간 경쟁력을 보여왔던 주요 한식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한국의 맛을 알렸다.

특히 최근 현지 교민 자녀, 유학생 등으로 구성돼 남아공에서 한식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는 '비빔밥 유랑단' 남아공팀도 참여해 행사를 다채롭게 했다.

이윤 남아공 대사는 "한국 영화행사가 있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했는데 이번 행사를 계기로 꾸준하게 한국 문화를 알려나가는 연례행사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하고 "앞으로 케이프타운 등 남아공 주요 도시로 행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행사 총괄을 맡은 파누시스 학장은 "영화시장 규모 상위 10위권 국가 중 할리우드 영화에 맞서 50% 이상의 자국 영화 점유율을 보이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면서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연구해 남아공 영화산업 발전모델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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