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소설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펴내
어우동 하면 숱한 남성과 스캔들을 일으키며 '성리학의 나라' 조선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요부의 이미지부터 떠올린다.
양반가에서 태어난 어우동은 종친(宗親)인 이동과 혼인했지만, 소박을 맞고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어 결국에는 교형(絞刑·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희대의 섹스 스캔들로 조선왕조실록에도 오른 그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베스트셀러 '미실'의 소설가 김별아(45) 작가는 신작 장편소설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해냄 펴냄)에서 어우동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걷어내고 우리가 몰랐거나 외면한 어우동을 불러낸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어우동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상징이자 뜨거운 낙인 중의 하나"라면서 "그녀를 쓰기 위해서는 해묵은 선입견에 맞서는 동시에 집요하게 행간을 읽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작가가 만난 어우동은 '상처받은 아이'였다. 사랑받은 적이 없어서 사랑할 줄 모르는 한없이 외로운 아이라는 것.
그런가 하면 그녀는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인물이었으며 위선의 조선 사회를 "엿 먹이는" 반항아이기도 했다. 또 왕족에서부터 노비에 이르기까지 신분과 지위를 가리지 않고 관계했다는 점에서 평등주의자였으며 시와 음악을 사랑하고 욕망에 솔직했던 탐미주의자이자 쾌락주의자였다는 것이 작가의 분석이다.
작가는 "어우동은 무엇보다 인간 욕망의 비밀을 캐기에 골몰한 거침없는 탐험가였다"면서 "그녀는 세상의 모든 여자에 대한 환상과 공포의 결합체이자 끝내 종잡을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고 결론내렸다.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는 세종의 며느리였던 봉빈의 동성애 스캔들을 다룬 '채홍', 조선 초 간통죄로 참수형을 당한 유씨 부인의 이야기 '불의 꽃'에 이은 작가의 '조선 여성 3부작' 마지막 작품이다.
조선에서 금지된 '사랑'의 죄를 지어 국가 권력에 희생됐다는 점에서 세 여성은 닮았다. 하지만 봉빈의 동성애와 유씨 부인의 간통이 폐쇄와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한 '생존형'이라면 어우동은 당돌성이 도드라진 의도된 '모험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작가는 "늑대 같은 야성, 힘과 직관과 장난기와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사내들을 '사냥'한 어우동의 모험은 우리가 몰랐던 조선 여성의 또 다른 민낯을 드러낸다"면서 "그녀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고 고분고분하고 나긋나긋하게만 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